사고낸 후 현장에 차량 방치, 연락처 남겨도…대법 “사고후 미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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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11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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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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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자신의 차를 사고 현장에 두고 떠났다면, 현장에 전화번호를 남겼더라도, ‘뺑소니(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53)의 상고심에서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2월 경기 용인시의 한 이면도로에서 운전하다가 도로변에 주차된 차를 들이 받았다. 자신의 차가 움직이지 않자 그는 피해 차량 옆에 나란히 세워둔 뒤 시동을 끄고,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차 앞에 둔 채 귀가했다.

이후 차량 통행이 어렵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업체에 연락해 해당 차량을 견인케 했다.

또한 이 씨는 집으로 출동한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1심은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사고 후 미조치는 무죄로 판단, 1심을 깨고 음주측정거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씨가 차량을 도로에 주차한 채 귀가해 다른 차량들이 원활하게 지나갈 수 없었다며, 사고 후 미조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가해 차량으로 인해 다른 차량들이 도로를 통행할 수 없게 됐다면, 사고 현장을 떠나면서 사고로 인한 교통 상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이 씨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심리했어야 했다”며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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