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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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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

정성택 기자 , 이서현 기자 입력 2019-11-11 03:00수정 2019-11-1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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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까talk]‘보디 포지티브’ 운동 광고계 확산
지난달 코오롱스포츠가 공개한 배우 김혜자의 아웃도어 광고. 기존 20, 30대 모델 위주의 아웃도어 광고에서 벗어나 ‘자연은 모든 연령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코오롱스포츠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국내 아웃도어 업체 코오롱스포츠는 지난달 배우 김혜자 씨(78)를 모델로 한 광고를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아웃도어 광고 모델은 20, 30대의 젊은 연예인들이 주로 맡아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자연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등산은 모델과 같은 몸매를 지니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찾는 야외 활동인 점도 강조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을 반영했다. 보디 포지티브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는 태도’를 말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획일화된 기준은 개인의 다양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므로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올 5월 공개된 구치의 립스틱 광고(왼쪽)에는 치열이 고르지 않은 치아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여성 하르남 카우르는 털이 많이 나는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보디 포지티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구치 홈페이지·하르남 카우르 SNS 캡처
○ 모든 몸은 그 자체로 예쁘다

보디 포지티브 운동은 일반적인 마네킹 사이즈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발탁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외모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5월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구치는 립스틱 광고에 치열이 고르지 않은 모델을 기용했다. 치아도 하얗지 않고, 윗니 중 앞니와 송곳니 사이는 비어 있는 채 웃고 있는 입을 가깝게 확대해 찍었다. 이는 기존 립스틱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은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가 아니다. 이 치아 모델의 주인공은 영국 펑크록 그룹 ‘서프볼트(surfbort)’의 여성 보컬 대니 밀러다. 이 광고는 화장을 할 때 사회가 원하는 ‘예쁜 여성’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외모의 결점을 가리려고 하는 화장이 아니라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화장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보디 포지티브 운동은 성적 소수자나 장애인, 조금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진 사람 등 ‘외모 소수자’에 대한 포용도 포함하고 있다. 영국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하르남 카우르(24·여)는 11세 때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얼굴과 몸에 털이 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걸렸다. 집단 따돌림에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는 이제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받아들이고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보디 포지티브 운동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아름다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태도도 바꿨다. 그동안 전통적인 ‘마네킹 몸매’를 앞세워 매년 패션쇼를 선보여 왔던 것으로 유명한 이 업체는 지난달 플러스 사이즈 모델 알리 테이트 커틀러와 계약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올 8월에는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치나 삼파이우와도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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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 탈코르셋 운동도 국내 확산

1960, 70년대 미국에서 일어났던 페미니즘 운동 중 하나인 ‘탈코르셋’ 운동도 틀에 박힌 미의 기준에 반발하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잘록한 허리를 위한 코르셋이나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브래지어처럼 ‘예뻐 보이는’ 속옷과 화장을 거부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트위터를 중심으로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됐다. ‘#탈코르셋_인증’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화장대에 있던 화장품들을 못 쓰게 버려놓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화장법을 알려주는 뷰티 유튜버 가운데 일부는 화장을 지우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국내에선 특히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이 커졌다. 이런 흐름 속에 여성들의 주체적인 자기결정권이 강조되면서 최근 보디 포지티브나 탈코르셋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보디 포지티브 운동에 대해 비판도 제기된다. 마른 몸과 살찐 몸이 강요된 아름다움이냐 아니냐의 기준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비만이라는 질병의 기준으로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디 포지티브가 기업의 마케팅 대상이 되면서 예쁜 보디 포지티브와 그렇지 않은 보디 포지티브를 구분 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형태로 몸의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광고는 사회를 주도하기보다 일차적으로 사회를 반영하는 틀의 역할을 한다. 이미지의 다양화 현상은 더 확대되고 기존 가치관과 충돌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이서현 기자
#탈코르셋#보디 포지티브#배우 김혜자#페미니즘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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