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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윤정희 10년째 알츠하이머 투병…“기억 잃어가면서도 ‘촬영 시간’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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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윤정희 10년째 알츠하이머 투병…“기억 잃어가면서도 ‘촬영 시간’ 물어봐”

이해리 기자 입력 2019-11-11 06:57수정 2019-11-1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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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정희가 10년째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은 최근작인 이창동 감독의 2010년 영화 ‘시’에서 그가 순수한 시를 꿈꾸는 여인의 모습을 연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파인하우스필름

■ 남편 백건우의 애절한 심경 고백

10년 전 첫 증상…혼자 파리서 간병
올해 초 귀국…현재 딸 곁에서 안정
출연작 ‘시’와 상황 비슷해 안타까움
당시 제작진 “아픈 사실 믿기지 않아”

배우 윤정희(75)가 10년째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현재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요양 중인 그는 간혹 딸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증상이 악화했지만 최근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은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73)가 1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직접 공개했다. 백 씨는 10여년 전 증상이 시작됐고 올해 초 악화할 때까지 가족 외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혼자 아내를 돌봐왔다.

이들 부부는 올해 초 귀국해 편안히 요양할 만한 장소를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얼굴이 알려진 배우인 탓에 여의치 않았다. 지금은 딸(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의 집 바로 옆에 거처를 마련해 지내고 있다.


가족이 투병을 알리기로 결심한 이유는 기억을 점차 잃어가는 윤정희가 지금도 ‘촬영 시간’을 묻는 등 영화를 향한 열정만큼은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사실을 잊지 않길 바라는 가족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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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의 최근작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이다. 당시 16년 만의 영화 복귀로 주목받은 그는 ‘시’를 통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았고,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휩쓰는 등 저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시’에서 연기한 인물과 실제 상황이 겹쳐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영화에서 윤정희는 중학생 손자를 혼자 키우는 할머니이자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으로 기억이 희미해지는 인물을 연기했다. “10년 전쯤 발병했다”는 가족의 설명에 비춰 ‘시’를 내놓을 무렵과 그 시기가 맞물린다.

‘시’에 참여한 한 영화 관계자는 10일 “윤정희 선생님은 촬영은 물론 개봉을 앞두고도 인터뷰 같은 활동도 적극적으로 소화했다”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도, 그런 인상도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의욕적이었다”고 돌이켰다.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뒤 1960년대 남정임·문희와 함께 ‘트로이카’로 불리던 당시 모습. 스포츠동아DB

윤정희는 ‘시’ 이후로도 영화 관련 작업을 계획해왔다. 지난해 11월 영면한 고 신성일은 생전 윤정희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것을 추진하기도 했다. 윤정희는 신성일이 하늘로 떠난 직후 열린 지난해 영평상 시상식에 공로상 수상자로 참석해 “신성일 선생님과 영화를 같이 하기로 했는데 이제는 할 수 없어 너무나 아쉽다”며 눈물을 흘렸다.

윤정희는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300여 편에 출연한 스타 배우다. 특히 남정임, 문희와 더불어 19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인정받아왔다. 1974년 영화 공부를 위해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만난 백건우 씨와 1976년 결혼해 파리에서 거주해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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