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윤석열 아니라도 흔들림 없는 반부패 시스템 정착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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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반부패정책협의회]
“우리 윤석열 총장” 덕담 106일만에 윤석열 직접 앞에 두고 檢개혁 주문
“정치적 중립 그다음 단계 준비를”… 윤석열, 고개 숙인채 자료에 집중
“공수처 신설땐 국정농단 없을것” 설치 반대하는 야당 겨냥하기도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언급하며 “이제 그 다음 단계의 (검찰) 개혁에 부응하라”고 말하는 등 모두발언의 상당 부분을 검찰개혁을 주문하는 데 썼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언급하며 “이제 그 다음 단계의 (검찰) 개혁에 부응하라”고 말하는 등 모두발언의 상당 부분을 검찰개혁을 주문하는 데 썼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별히 검찰 개혁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

8일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발언 막바지에 윤석열 검찰총장 쪽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9월 3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검찰 개혁을 촉구한 문 대통령이 이번엔 윤 총장을 콕 찍어 다시 한번 강력한 검찰 개혁을 요구한 것. 특히 윤 총장 임명식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엄정한) 자세가 돼야 한다”고 한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를 거쳐 106일 만에 다시 만난 윤 총장에게 “이제 다음 단계의 (검찰) 개혁에 부응하라”고 지시했다.


○ “우리 윤 총장” 덕담… 106일 만에 “檢 셀프 개혁에 멈춰선 안 돼”

윤 총장이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을 위해 회의장인 청와대 집현전실에 들어선 것은 이날 오후 1시 54분. 윤 총장은 김영문 관세청장,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잠시 대화를 나눈 시간을 빼곤 앞에 놓인 회의 자료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않았다.

5분 뒤 회의실에 들어선 문 대통령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난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다가오자 45도로 고개를 숙여 깍듯이 인사했다. 악수를 나누는 동안 문 대통령은 줄곧 웃으며 윤 총장을 바라봤지만 윤 총장은 잠시 문 대통령과 눈을 맞춘 뒤 곧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후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 동안 가끔 메모를 하며 자료에만 집중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 윤석열 총장에 대한 국민 기대가 높다”고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던 임명장 수여식 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만 여섯 차례에 걸쳐 검찰을 언급했다. 기존 반부패정책협의회를 확대 개편한 뒤 가진 첫 회의에서 메시지 대부분을 검찰 개혁에 할애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이루었다고 판단한다”며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이끌어낸 윤 총장의 수사를 문재인 정부의 검찰 수사에 대한 중립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하면서 이제는 검찰 개혁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의미다. 특히 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 이후’를 언급한 것을 두고는 윤 총장을 여전히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보고 있다는 뜻을 전하는 동시에 검찰 개혁 성패와 윤 총장의 거취를 연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7차례에 걸쳐 내놓은 자체 개혁안에 대해선 “‘셀프 개혁’에 멈추지 않도록 법무부와 긴밀히 협력해 개혁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을 특히 당부한다”며 검찰 개혁 과정에서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공수처 설치되면 국정 농단 없을 것”

9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는 문 대통령은 이날 “반부패 개혁과 공정사회는 우리 정부의 사명”이라며 “여전히 사회 곳곳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이 국민에게 깊은 상실감을 주고 있고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고 했다. 적폐 청산에 이은 반부패 개혁과 공정사회 구축이 집권 후반기 핵심 국정기조라는 점을 재차 천명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입법이 완료되면 다시는 국정 농단과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야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검찰과 퇴직 고위공직자에 대한 전관 특혜, 사교육 불법행위 엄단, 채용비리 근절 등을 언급하며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라고 했다. 특히 검찰 전관예우에 대해 “첫 번째 안건으로 전관 특혜를 다루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며 “전관 특혜를 공정과 정의에 위배되는 반사회적 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확실히 척결하는 것을 정부의 소명으로 삼아 달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검찰 개혁#윤석열 검찰총장#공수처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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