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피치’ 투수로 발전한 김광현, 메이저리그 시선 한 몸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8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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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캐나다-한국의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C조 예선 2차전. 포수 뒤쪽에 자리 잡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선은 한 명의 투수에게 집중됐다. 한국 선발 투수로 나선 SK 왼손 에이스 김광현(31)이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정규시즌부터 김광현을 관찰해 왔다. 하지만 이날은 LA 다저스, 애리조나, 텍사스, 샌프란시스코 등 10개가 넘는 구단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봤다. 시즌 중반부터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고 말해왔던 김광현으로서는 더 없이 좋은 ‘쇼케이스’ 기회였다.

김광현은 이날 눈부신 호투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김광현은 전직 메이저리그와 현역 마이너리거를 중심으로 구성된 캐나다를 상대로 6이닝 1안타 2볼넷 7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 내용을 보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드러난 수치 뿐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진화한 김광현의 모습이었다.

김광현은 직구 슬라이더에 커브와 스프릿 핑거드 패스트볼(스프리터)를 장착한 ‘포(Four) 피치’투수로 발전했다. 2014년 말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하다 직구와 슬라이더 등 두 가지 구질밖에 없는 ‘투(Two) 피치’투수라는 한계에 낙점 받지 못했던 때와는 달랐다.

캐나다전에서 김광현은 최고 151km의 빠른 공과 140km에 이르는 고속 슬라이더를 던졌다. 동시에 간간히 110km 전후의 커브와 130km안팎의 스프리터를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덕분에 6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투구 수는 77개 밖에 되지 않았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각각 28개 씩 던졌고, 커브 9개, 스프리터(전력분석 기록지에는 포크볼로 표기) 12개였다. 슬라이더 구속에 변화를 준 것도 특기할 만했다. 이날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최고 140km에 최저 121km가 나왔다. 같은 슬라이더지만 구속 차가 19km나 됐다. 타자로서는 또 하나의 구종을 상대하는 느낌을 가질 만했다.

팬그래프닷컴은 최근 프리에이전트(FA) 랭킹 50명을 발표하면서 김광현을 42위에 올려놓았다. 계약 규모로 2년 1580만 달러(약 183억 원)를 전망했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가기 위해서는 구단의 허락이 필요하다. 2016시즌 후 SK와 4년 계약을 한 김광현은 팔꿈치 수술로 1년을 쉬는 바람에 올해를 포함해 2시즌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되려면 2021시즌 후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초 SK는 올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김광현의 해외 진출을 허락하려 했다. 하지만 줄곧 지켜오던 선두 자리를 시즌 막판 빼앗긴데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내년에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려면 김광현의 존재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SK는 은 프리미어12가 끝난 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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