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마크롱 ‘황제예우’…美와 균열 틈탄 유럽 껴안기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7일 2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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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먹는 황제급 의전을 선보였다. 약 150억 달러(약 17조 4000억원)의 선물 보따리도 함께 안겼다.

이를 두고 중국이 서방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서 독일 대신 프랑스를 중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유럽연합(EU)의 불만이 커진 틈을 타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6일 인민일보·신화통신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제2회 국제수입박람회 참석차 방중한 마크롱 대통령을 국빈으로 극진히 대접했다. 시 주석은 5일 수입박람회 개막식 연설 직후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가장 먼저 프랑스 전시관에 가서 와인을 마시며 친분을 과시했다.

저녁에는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전통 정원인 예원(豫園·위위안)에서 마크롱 대통령 부부와 정원을 함께 거닐며 감상했다. 전통극인 곤곡(崑曲)과 월극(越劇)도 관람했다.

리커창 총리 또한 당일 태국 순방을 마치고 베이징에 돌아오자마자 마크롱 대통령을 만났다. 중국 내 권력 서열 1, 2위가 한꺼번에 외국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최고 수준의 의전을 제공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방중했을 당시 환영 행사를 위해 자금성(紫禁城)을 통째로 비우고,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등 ‘황제급 환대’를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파격적인 예우에 “중국의 외부 세계 개방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의 변화가 프랑스를 포함한 국가들에게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와 유럽은 중국에 시장을 개척하고 중국 기업들에 투자하길 원한다”며 “프랑스와 EU, 중국은 기후변화 해결,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다자간 무역체제 수호에 있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럽이 공유하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했지만 “대화와 자제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중국이 유럽 외교 정책의 축을 독일에서 프랑스로 옮기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의 왕이웨이(王義) 교수는 7일 홍콩 명보에 “중국이 앞으로 서방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서 독일 대신 프랑스를 중심에 두려 한다”면서 “브렉시트와 독일 경기 하방 위험 등 EU 불안 속에서도 프랑스는 기후변화 다자간 협력 등에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 교수는 150억달러에 달하는 이번 합의의 핵심으로 금융 협력을 꼽았다. 그는 “중국이 유럽중앙은행(ECB) 본부가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프랑스에서 유로화 채권을 발행하기로 한 것은 중국과 프랑스 손 잡고 미국의 금융패권에 대항해 쌍방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낳자(상호 윈윈)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중에 유럽 주요국과 경제적 협력을 강화한 것은 미국에 정치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등 대다수 나라는 이번 수입박람회에 고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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