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지정 기준 모호” 재개발 지역 주민들 불만 토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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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길 건너 공덕1구역은 내년에 일반분양을 500채를 진행하고, 아현2구역은 48채입니다. 그런데 아현동만 규제 대상이라니 누가 받아들이겠습니까.”

7일 이영선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격양된 목소리로 이 같이 말했다. 6일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마포구에서는 아현동 한 곳만 포함됐다. 아현2구역과 공덕1구역은 마포대로를 마주보고 직선거리가 700m에 불과할 정도로 근접하다.

이 조합장은 “아현동에는 아현2구역 한 곳만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공덕동에서는 공덕1구역 뿐 아니라 공덕6구역 등이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예정된 일반분양 물량이 더 많다”며 “고작 40여 채 일반분양을 타깃으로 규제를 가한다니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1년간 분양가격 상승률이 높거나 집값 상승을 선도한 자치구를 우선적으로 추리고, 이중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많거나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있는 동을 지정했다고 밝혔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거나 정비사업 초기 단계인 지역은 제외한다고 했지만 국토부의 설명과 배치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기준이 모호하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송파구 방이동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됐는데 5540채 규모의 대단지인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15일 안전정밀진단에서 재건축이 불가능한 C등급을 받아 사업 진행이 불투명하다. 반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단지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양천구 목동이나 경기 과천시는 상한제 지정에서 제외됐다.

지정 기준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자 국토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과천의 정비사업은 대부분 조합설립인가 전 단계이고, 목동은 정비구역 지정사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의 설명과 달리 과천시 중앙동의 주공 8·9단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별양동 주공4단지는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았다. 목동의 신시가지 6·9·13단지는 현재 정밀 안전진단을 받고 있어 올림픽선수촌이 위치한 방이동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옛 MBC 사옥을 개발하는 ‘브라이튼 여의도’가 최근 아파트 459채를 후분양으로 추진했다는 이유에서 포함됐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도 흑석3구역이 378채의 일반분양 물량을 후분양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혔음에도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빠졌다.

심지어 같은 생활권 안에서도 희비가 엇갈린 경우도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는 성수동1가 한 곳만 상한제 대상이 됐다. 이 곳은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묶여 인근 성수동2가의 2·3·4구역과 동시에 개발이 진행되는 곳이지만 성수동2가는 상한제 적용 지역이 아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6일 발표된 지역은 1차 지정이고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2차, 3차 지정이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한제 적용 기준 등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정한 나름의 기준 외에 파급력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지역들도 주관적인 판단으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 곳만 기준에서 벗어나도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정순구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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