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후드티 출근…‘콘크리트 문화’ 깨는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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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6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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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은 지난 1일부터 복장 자율화 제도를 도입했다. GS건설의 본사 종로 그랑서울 모습.© 뉴스1
GS건설은 지난 1일부터 복장 자율화 제도를 도입했다. GS건설의 본사 종로 그랑서울 모습.© 뉴스1
후드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까지. 11월부터 달라진 GS건설 직원들의 출근 풍경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넥타이에 정장 차림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비즈니스 캐주얼’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직원마다 라운드 티셔츠 등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1일부터 복장 자율화를 시작했다. GS건설은 직장인으로서의 에티켓과 회사 품위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장, 비즈니스 캐주얼, 일반 캐주얼 등 어떤 복장이라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GS건설 관계자는 “개인의 업무 특성과 근무 상황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복장을 선택할 수 있다”라며 “업무 효율성 증대와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복장 자율화를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건설사 가운데 복장 자율화는 ‘업계 맏형’ 현대건설이 처음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3월 복장 자율화를 시작하면서 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에도 일사불란하게 적용됐다. 현대 특유의 문화가 복장 자율화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포스코건설 역시 지난 4월부터 복장 자율화 대열에 동참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자료사진)© News1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자료사진)© News1
건설업계는 자동차·항공업계와 함께 상대적으로 복장 자율화 후발 주자로 꼽힌다. 정보통신(IT)업계가 2000년 전후로 복장 자율화를 시작해 이후 유통업계와 재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한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10년 이상 늦은 셈이다. 안전모와 작업화로 대표되는 공사 현장 중심이다 보니 복장 자율화와 같은 변화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이런 건설업계가 변하고 있다. 바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업 캠페인은 물론 점심시간, 개인 휴가 등 조직 문화 개선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현대건설은 복장 자율화와 함께 점심시간을 30분 더 늘리고, ‘리프레시 휴가제’를 도입했다. 근속 5년 이상 정규직 희망자에게 1~3개월 휴가를 제공해 재충전과 자기계발 기회를 부여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기존 5단계 직급을 3단계로 축소하고 팀 중심 조직으로 개편했다. 호칭도 기존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등이 아니라 프로(SK건설), 선임·책임(삼성물산) 등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현장 중심이고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 보니 다른 업계보다 분위기가 경직돼 있었다”면서 “주 52시간제 이후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회사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건설업을 둘러싼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면서 협업과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해졌다”며 “복장 하나, 호칭 하나 바뀐다고 굳어있는 사고가 하루아침에 유연해지지 않겠지만, 변화는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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