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윤씨 법최면 조사… 최면 풀려 성과 없이 끝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4일 2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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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4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법최면 조사를 받았지만, 최면이 풀려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윤씨의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오후 7시40분께 9시간 만의 조사를 마치고 나와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는 의미는 있었지만 최면을 통해서 경찰에 또다른 불법행위 관여자를 특정하는 데까지는 나가지 못해 아쉽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윤씨가 오전 10시20분께 출석해 오전 11시께 최면 조사가 진행됐다. 최면 조사는 오후 1시30분께 끝났으며, 이후 최면조사를 토대로 사건을 그림그리듯 재구성하는 방식의 인지면담 조사가 진행됐다.

박 변호사가 더 이상 윤씨에 대한 경찰 조사가 없다고 밝혀 윤씨가 받는 경찰 조사는 이로써 마무리됐다.

박 변호사는 이날 최면조사는 윤씨가 1989년 농기계수리센터에서 연행되는 과정에 대한 기억을 시작으로 식사를 하던 중 경찰 2명이 들어와 오른팔을 잡고 나간 것, 차에 태워지는 과정, 태안지서로 이동하는 경로, 어떤 형사가 수갑을 채운 것, 경찰서로 끌려와 안으로 들어가는 상황 등을 진술했지만, 이후 최면이 풀렸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최모 형사가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일관적으로 진술했는데, 구체적인 기억이 없다. 쪼그려뛰기,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켰고, ‘니가 여기서 사라진다고 해서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는 얘기를 하고 누가 주먹으로 때렸다고 얘기했지만 누군지 기억을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워낙 큰 기대를 해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박 변호사는 “최면조사가 진행되다가 어느 시점에 과거 트라우마 때문인지, 당시 상처 때문인지 방어기제가 작용돼 최면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는 인지면담을 통해 상황을 세밀하게 물어가며 조사했다. 일반적인 문답조사보다는 더 나온 것 같지만, 생각했던 만큼 끌어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면상태에서 진술이 있긴 한데 최면이 강하게 들어간 것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면 최면상태에서 본인이 가장 기뻤을 때를 떠올리라고 하니까 누나랑 동생이 면회 왔을 당시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체포 당시 강제 연행 당시 상황을 얘기할 때는 경찰이 양쪽에서 잡아서 질질 끌려가듯 잡혀갔다는 얘기 등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최면의 모습이 아니어서 최면이 풀리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상황을 토대로 기억을 그려내려고 유도했다. 추가 불법 행위를 떠올리지는 못했지만, 당시 사건 상황을 전반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일부 진술하지 않았던 내용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것이 드러나고, 세세하게 기억하길 원했는데 끝나고 나니 원했던 부분이 나오지 않았다”며 “경찰에 잡혀갔을 당시 상황이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잠을 재우지 않고 벌어졌던 일, 현장검증에서 강요에 의해 재연됐다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윤씨는 조사를 받고 나와 취재진을 향해 “50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고, 재심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윤씨는 다음 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가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는 기각됐다.

수감생활을 하던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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