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서 70·40대 네 모녀 숨진 채 발견…‘하늘나라로 간다’ 유서 남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3일 2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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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던 70대 여성과 40대 딸 3명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어머니 김모 씨와 딸 이모 씨 등 4명이 2일 오후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3일 밝혔다. 2일 건물 보수공사를 하려고 김 씨의 집을 찾은 리모델링 업체 관계자는 현관문이 잠겨 있고 문밖으로 악취가 나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모녀는 한 방에서 발견됐다. 다른 방에서는 ‘하늘나라로 간다’ 등의 내용이 적힌 A4 2장 분량의 유서가 있었다.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의 이유로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망 이유를 수사하고 있다.

성북구에 따르면 이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아니다. 구 관계자는 “공과금이 3개월 이상 체납되면 구청에 통보되는데 이 가정은 공과금을 체납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모녀는 사기와 사업실패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채무로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A 씨는 “과거 김 씨가 사기를 당한 뒤 가세가 기울었다. 몇 년 전 숨진 김 씨의 남편도 생전 건강이 좋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딸 2명은 2013년경부터 성북구에서 자영업을 했지만 장사가 잘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매의 지인 B 씨는 “수개월씩 월세를 내지 못하다가 결국 보증금까지 잃고 3년여 만에 가게를 접었다”고 말했다.

채무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개인회생, 개인파산 등 법원의 공적채무조정과 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등 사적채무조정이 있다. 개인회생제도는 채무액이 무담보채무는 5억 원, 담보부채무는 10억 원 이하인 개인채무자가 법원이 정해준 금액을 나눠 갚으면 빚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다. 개인파산제도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사람이라면 채무액과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채무 감면 프로그램이 위기에 빠진 이들에게 제대로 홍보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채무지원제도의 요건이 엄격하고 서류 작성 등으로 개인이 지원하기 쉽지 않아 결국 법무사 등을 찾아가면 또 다른 비용이 든다”라며 “채무조정 상담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동사무소, 경찰 등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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