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자체 ‘선거’ 하겠다…도심서 경찰-시위대 격전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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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MRT 센트럴역 전면 폐쇄 조치
시위대, 신화통신에도 화염병 던져

2일 밤(현지시간) 홍콩 도심이 경찰의 최루탄과 시위대의 화염병으로 물들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AP통신 등은 홍콩의 중심가 센트럴이 ‘전쟁터’가 됐다고 보도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며 촉발된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오후 3시께 코즈웨이베이의 빅토리아파크에 모여 자체적인 시민 의회를 만들기 위한 선거운동에 나섰다. 빅토리아파크는 홍콩 시민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반중 시위를 위해 모여온 역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보도에 따르면 홍콩 직선제를 주장하는 민주주의 운동가 3명 이상이 이날 선거에 입후보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선거 운동도 이어졌다. 이들은 수개월 째 이어가는 시위에 국제적인 원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표결이 시작되기도 전 경찰은 최루탄을 쏘거나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강력한 진압 작업에 돌입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몸 수색도 시작했다.

지하철인 MRT의 센트럴역은 오후 6시께 전면 폐쇄 조치했다. 우리로 치면 1호선 종각역, 혹은 시청역을 폐쇄한 셈이다.

그러나 시위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위대는 경찰의 대응에 분노를 표하며 센트럴 역 입구에 불을 지르고 벽돌을 던지며 역내 유리창을 부쉈다.

또 센트럴에 위치한 홍콩과 중국의 합작 금융사인 HSBC, 뱅크오브차이나 등 친(親)중국 그룹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반격에 나섰다.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의 홍콩 지부에도 불이 붙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복면을 쓴 폭도들이 가게를 부수고 방화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한편 빅토리아파크에 남아있던 시위대는 펼친 우산을 높게 쌓아 시선을 분산시킨 뒤 금속 펜스를 사용해 바리케이트를 세우고 저항에 나섰다. 이들은 바리케이트로 몸을 가린 채 “홍콩이여, 저항하라!” “우리 시대의 혁명이다”라고 외쳤다.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은 “이건 우리의 인간적인 권리 추구다”며 “지금 우리에게는 세계 각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시위대는 홍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홍콩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84세의 한 시위자는 “지난 10월1일 이후 거리 행진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15개국의 도움을 촉구하며 국제적인 요청을 하기 위해 나선 날이라 합류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홍콩 사람들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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