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숨 편한 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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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옹달샘에 가라앉은/가을 하늘/쪽박으로/퍼 마시면/쭉/입 속으로/들어오는/맑고 푸른/가을 하늘’(손광세의 ‘가을 하늘’). 지난 주말 단풍 구경을 위해 산에 오르면서 시에 나오는 맑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즐겼다. 내가 언제 이런 하늘을 본 적이 있었나? 이제 본격적인 미세먼지의 계절이다. 중국이 난방을 시작하고 한국도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대기가 정체되기 시작한다. 여름 내내 미세먼지 없어서 잘 살던 것 잊고 걱정과 불만이 앞선다. 어떻게 겨울과 내년 봄을 지내지?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제안을 지난달 7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올봄 우리나라는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을 겪었다. 국민의 80% 이상이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결국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국가기후환경회의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하면서 약 다섯 달에 걸쳐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 501명으로 구성된 국민정책참여단의 숙의와 토론과정도 거쳤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필자는 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국민이 참여하는 대책이었다. 그래서 국민 스스로 정책을 수립하는 상향식 정책결정방식을 채택했다. 2번의 국민 대토론회와 권역별 국민정책 참여단 회의가 그것이다. 또한 다양한 제안을 받기 위해 문을 활짝 열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면서 5개의 기본 원칙을 세웠다. 먼저 과감성이다.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과감한 대책이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가 국민들이 체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정책, 즉 체감성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대책이라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면 실패한다. 셋째, 차별성이다. 과거 정부에서 내놓았던 대책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대책이어야 한다. 네 번째가 합리성이다. 모든 대책의 밑바닥에는 근거가 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로 실천성이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실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없으면 꽝이다. 실제로 실천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올해의 대책은 단기대책으로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대책이다. 내년부터는 중장기 대책을 만든다. 일단 올겨울부터 내년 봄까지는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2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질적인 중국과의 협력과 저감은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다.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는 깨끗한 공기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대책을 이해하고 도와주기를 바란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국민과 기업의 협조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실천 없이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의 이런 노력이 합쳐질 때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하늘이 푸르러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우리의 실천이 숨 편한 대한민국을 만듭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국가기후환경회의#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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