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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해상 헬기 추락, 조종간 오작동 가능성”…비상부주 작동 안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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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해상 헬기 추락, 조종간 오작동 가능성”…비상부주 작동 안 한 듯

조건희기자 , 김재희기자 입력 2019-11-01 21:42수정 2019-11-0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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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북 울릉군 독도 인근 바다에 추락한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호’ 헬기는 이륙 직후 왼쪽으로 비스듬히 기울며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침몰한 기체를 인양해 블랙박스를 확인해야 정확한 추락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시 기상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점에 비춰 기체의 조종 계통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 “조종간 오작동 가능성”

국내에서 응급환자 구조를 위해 출동한 헬기가 추락한 것은 2008년 2월 경기 양평군 용문산 육군 헬기(7명 사망) 이후 처음이다. 2008년 사고 땐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가 원인이었다. 반면 영남1호가 추락한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26분경 독도 인근 해역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초속 8.3∼10.9m였다. 황대식 전 한국해양구조협회 본부장은 “초속 10m 안팎은 헬기가 충분히 운항할 수 있는 조건”이라며 “급작스러운 기상 악화가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추락을 목격한 독도경비대에 따르면 헬기는 오후 11시 24분 이륙해 고도를 높일 땐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지상과의 마지막 교신은 11시 25분 15초에 “이륙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후 헬기는 진행 방향의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있는 서쪽(대구 방향)을 향해 고도를 서서히 높여야 하는데 정남향으로 비스듬히 고도가 낮아지다가 바다로 떨어진 것이다. 신정범 독도경비대장은 “헬기가 남쪽으로 가기에 이상해서 유심히 지켜봤는데 이륙한 지 약 2분 만에 어두운 바닷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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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처럼 헬기가 뜨자마자 한쪽으로 기울었다면 가장 먼저 조종 계통의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헬기가 이륙한 뒤 해발 450m에 접어들기 전까진 동력을 최대한으로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종간(핸들)과 프로펠러를 연결해주는 유압 장치에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면 헬기가 수평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승용차에 비유하면 ‘파워핸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최쌍용 구미대 헬기정비과 교수는 “헬기가 높이 떠오른 상태에선 유압 장치에 이상이 생겨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지만 이륙 직후엔 속수무책이다”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해당 헬기가 최근 안전점검을 통과했고 사고 전 경미한 이상 징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남119특수구조대에 따르면 이 헬기는 2016년 3월 국내에 도입된 뒤 최근 누적 운항시간이 1000시간을 넘자 올 9월 25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제조사 에어버스헬리콥터스의 안전점검을 받아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점검 후에는 총 16차례 운항했다. 사고 전날인 지난달 30일에도 1시간 20분가량 대구 인근 상공을 운항했다. 성호선 영남119특수구조대장은 “기체가 안정적이지 않거나 소리가 나는 등의 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 비상부주 작동 안 한 듯

헬기가 물에 빠지면 자동으로 펴져 구조될 시간을 벌게 해주는 비상부주는 추락 직후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고 헬기엔 앞뒤에 납작하게 접힌 부주가 총 4개 장착돼 있었다. 펴지면 11t이 넘는 기체와 승객의 무게를 약 30분간 지탱하며 물 위에 떠 있도록 설계됐다. 만약 비상부주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헬기가 추락한 직후 독도경비대가 수색에 나섰을 때 탑승자들이 구조됐을 수도 있다. 조사단은 비상부주가 원래 불량이었는지, 아니면 충격 탓에 파손된 건지 등을 밝힐 계획이다.

헬기에 탔던 구조대와 환자의 가족 43명은 1일 오전 사고 소식을 듣고 사고수습대책본부가 설치된 경북 포항시 포항남부소방서에 모여들었다. 이 중 28명은 정기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와 독도로 이동했다. 실종자 수색을 위한 잠수인력이 이날 오후 1시가 넘어 현장에 투입되자 일부 실종자 가족은 “수색에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느냐”며 항의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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