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나이키·월마트 출신 美 재무전문가 영입…나스닥 상장 포석?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1일 1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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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도 美 연준 이사 출신 인사 영입
갈수록 커지는 적자 규모…신규 자금 필요

쿠팡은 불과 한 달 새 미국 시장에서 활약한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두 번이나 알려왔다. 해외 거물급 인사 영입 관련, 쿠팡은 “성장하는 회사에서 각 분야 인재들을 채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나스닥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쿠팡은 글로벌 재무 전문가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신규 영입했다고 1일 밝혔다. 나이키에서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를 담당했고, 월마트에선 재무 통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지 및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월마트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딜로이트 뉴욕 본사에서 감사 서비스 시니어 매니저로도 12년 동안 일했다. 글로벌 기업에서 재무관리 업무를 해 온 중량급 인사를 영입함으로써 상장 관련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달에도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금융 전문가인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를 쿠팡의 새 이사회 멤버로 포섭했다.

워시 이사는 부시, 오바마 행정부에 걸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의 대표단으로 활약하는가 하면, 미 연준 이사회를 대표해 아시아 신흥 및 개발국 경제 특사를 맡은 바 있다. 미국 대통령실 경제정책특별보좌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수석보좌관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외부 전문가들을 잇따라 영입하는 것을 두고 쿠팡 측은 “예전에는 회사가 작았지만 성장에 따라 규모가 커지면서 임원들이 맡고 있는 일도 많아졌고, 이를 세분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 사정에 정통한 인물들을 영입하는 데 대해 시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나스닥 상장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워시 이사는 쿠팡에 합류하며 “쿠팡은 혁신의 최전방에 서 있는 기업”이라며 “쿠팡의 김범석 대표가 그의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도움이 구체적으로는 나스닥 상장 관련이 아닐까 하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쿠팡은 해가 갈수록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 6389억원, 2018년 1조970억원의 영업손실이 났고, 올해는 전년보다 적자가 더 커질 전망이다. 쿠팡은 혁신을 현실화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소비자들을 자신의 시스템에 익숙하게 만들어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받았지만 이 금액이 다 소진되면 또 다른 투자처를 찾아 나서야 한다.

상장을 하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나스닥 상장이 급하다는 얘기가 이 때문에 나온다. 미국은 적자 기업이라도 혁신성, 성장성이 있는 유니콘 기업이면 가치를 높게 쳐 주는 경향이 있다. 국내 상장보다는 혁신성 측면에서 기업평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미국 자본시장을 노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쿠팡을 아마존에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쿠팡은 철저히 ‘아마존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그래서 아마존이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면 쿠팡을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쿠팡의 최근 행보를 보면 매각보다는 나스닥 상장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도 물류에 집중하면서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데, 비슷한 방식을 써서 적자 규모가 커진 쿠팡을 살 지는 의문”이라며 “그것보다는 최근 잇따른 인재영입을 봤을 때 나스닥 상장이 더 유력해 보인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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