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콜린 벨의 우리말 인사…여자축구 걱정 마세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1월 1일 05시 30분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콜린벨. 스포츠동아DB
여자축구대표팀 감독 콜린벨. 스포츠동아DB
데트마르 크라머(독일)~ 아나톨리 비쇼베츠(러시아)~거스 히딩크(네덜란드)~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조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이상 네덜란드)~울리 슈틸리케(독일)~파울루 벤투(포르투갈).

한국축구의 전·현직 외국인 사령탑들이다. 모두 남자대표팀을 지휘했고, 2015년 고인이 된 크라머만 올림픽대표팀에서 활동(총감독)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 감독=남자축구’ 등식에 익숙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제 선입관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최근 콜린 벨 감독(잉글랜드)이 여자대표팀에 부임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들여 선발한 지도자답게 족적이 화려하다. 2013년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에 취임한 그는 이듬해 독일 컵,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다. 이후 아발드네스(노르웨이)를 거쳐 올해 6월까지 아일랜드 여자대표팀을 지휘했고,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허더스필드 수석코치로 머물다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벨 감독을 직접 선임한 협회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부회장)의 설명은 명료했다. “세계 최고의 분데스리가 재임 시절, 승률이 80%에 달했다. 확고한 철학과 선수 중심의 팀 매니지먼트, 친화력 등 여러 모로 여자대표팀을 발전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

이 때만 해도 ‘빤한 수식’ 정도로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지도자 커리어만 30년에 달하는 벨 감독이 출중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는 점은 사실이나 ‘친화력’이라는 표현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화상 면접을 거쳐 이달 초 미국에서 벨 감독과 대면 미팅을 했다. 그런데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친근함이 느껴졌다고?

의문이 풀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0월 22일 여자대표팀 수장으로 첫 공식석상이자 취임 인터뷰에 나선 벨 감독의 첫 번째 코멘트는 놀랍게도 우리말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콜린입니다. 한국여자축구대표팀 첫 외국인 감독이 돼 영광입니다.”

10월 30일,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킥오프 기자회견에서도 벨 감독은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라며 취재진을 반겼다. 북한 불참에 대한 소감을 전할 때에도 “(어떤 팀을 만나도) 문제없어요”라는 정확한 표현으로 좌중을 웃겼다. 물론 비웃음이 아닌, 반가움의 의미다.

솔직히 외국인 감독들과의 인터뷰는 딱딱하다. 그나마 익숙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할 경우, 자리는 늘어지기 일쑤다. 일일이 통역을 거쳐야 하기에 최대한 시간을 단축시키려면 서로 할 이야기만 짧게 해야 한다. 물론 상대의 성향을 확인할 틈도 없다.

하지만 벨 감독은 다르다. 포근한 미소가 담긴 얼굴로 툭툭 던지는 한국어는 친근함을 더했다. 간단한 인사말조차 어려워하는(혹은 거부하거나) 다른 감독들과는 달랐다. 외지에서 현지 언어로 인사를 건네는 건 작은 정성이다. 우리 문화를 이해하려는 벨 감독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태극낭자들은 어려운 도전을 앞뒀다. 12월 E-1 챔피언십을 거쳐 내년 2월 2020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펼친다. 월드컵 못지않은 ‘낙타 바늘귀 통과하는’ 치열한 경쟁이다. 여자축구는 아시아권의 경쟁력이 높다.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야 할 우리 여자대표팀은 더 어렵다. ‘제자 파악’과 ‘팀 융합’이라는 내부의 과제부터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이미 열린 자세로 주변과 소통해 나가는 벨 감독이라면 시행착오가 그리 길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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