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조의문, 오늘은 발사체…남북관계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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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31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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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6.30/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6.30/뉴스1
북한이 지난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이후 29일만인 31일 또 다시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늘 오후 평안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일(30일) 오후 모친상을 당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보내와 모처럼 남북 간 경색 국면이 풀리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제기됐지만 북한의 무력시위로 남북 간 엄중한 상황이 도리어 부각되고 있다.

남북 간 교류는 지난해 1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돼 4.27판문점 정상회담과 9.19평양공동선언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2월 북미 간 하노이 ‘노딜’과 비협화 협상 교착과 맞물려 빠르게 경색됐다.

지난 6월30일 역사적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이 남북 간 냉각 국면을 해소할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훈풍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북한은 6월을 제외하고 지난 5월부터 매달 미사일을 쏘며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특히,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에서 우리 축구대표팀에 대한 냉대, 북한의 최근 금강산 관광 실무협상 거절은 경색 장기화 우려를 낳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판문점 회동 이후 4개월만에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직접 소통은 크게 주목을 받았다.

과거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했던 남측 주요 인사들의 장례에 조문단을 파견하거나 조전을 보내 당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은 다음 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명의의 조전을 보냈고, 사흘 뒤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의 조문단을 파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던 당시 1박2일 일정으로 방남했던 북한 조문단은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을 만나 남북고위급 회담을 열고 체류를 하루 연장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2001년 3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타계에도 북한은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다. 조전을 통해 약식으로 애도를 전했던 사례도 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김정일 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냈다.

그렇지만 이날 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전날 조의문 전달이 예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남북 관계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를 반영한 것은 아니라는 진단에 힘을 실어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의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해 최소한도로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청와대는 ‘북측의 조의문 전달을 최근 소강상태인 남북관계 속에서 전향적 의사표시로 해석하느냐’는 질문에는 “조의문을 다른 사안들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싶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또 조의문을 전달한 북측 인사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면서 북측 실무진이라고만 언급했다. 이와 관련, 정 본부장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나 장금철 통일전선부장과 같은 위상이 있는 사람이 보낸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남북관계 측면에서 북한이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2009년 5월25일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김정일 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발표했고 같은 날 오후 2차 핵실험 및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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