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文 모친상 조의문 전달 보도 안 할 듯…경색 국면 반영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3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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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문 전달하고 보도 안하는 건 이례적
통전부 부부장 급 인사가 전달한 듯
"정치적 해석 경계하며 최소한의 예 갖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 별세에 위로의 뜻이 담긴 조의문을 전달했으나, 북한 관영매체들은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남북 경색 국면에서 조의문의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31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전날 오후 판문점에서 북측으로부터 조의문을 전달받았다. 윤 실장은 같은날 늦은 오후 문 대통령에게 이 조의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 김연철 장관도 문 대통령에게 조의문이 전달된 이후 관련 상황을 공유했을 정도로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는 전언이다.

북한은 남북 관계 발전에 기여한 주요 인사들이 사망할 때 조의문을 보내거나 조문단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애도를 표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타계,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사망,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희호 여사 서거 등 당시 상황에 따라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나 관영매체를 통한 조전과 관련 보도는 늘 있었다. 북한이 남측에 조의를 표하면서도 관련 사실을 내부에 알리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6월 이희호 여사 서거 당시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판문점을 방문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 제1부부장이 아닌 다른 인물이 판문점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부장 또는 당 대남 전문부서인 통일전선부의 부부장급 간부가 윤 실장에게 조의문을 전달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조의문 전달 인사의 급(級)이 낮아진 것이다.

남북 경색 국면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남북 관계가 전면적으로 냉각된 상황이지만 정상 간 대화채널은 유지하겠다는 차원,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대외적 이미지 등을 고려해 조의문을 보냈지만 정치적 메시지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으로만 예를 표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유지하면서 미국하고만 대화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 모친 별세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만들려고 나올 수가 있겠는가”라며 “조의문은 정치적 해석을 최대한 경계하면서 최소한의 예를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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