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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공소장 문제삼는 재판부 향한 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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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공소장 문제삼는 재판부 향한 두 시선

뉴스1입력 2019-10-31 06:04수정 2019-10-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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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 News1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거듭 검찰의 공소장을 문제 삼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강하게 요구하며 무죄나 공소기각 가능성까지 언급하자 지나치다는 지적과 앞서 재판부의 한 차례 지적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검찰이 문제라는 의견이 갈린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가 지난 2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비서관의 2차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하며 공소장에 적시된 ‘정범’이 어떤 정범인지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검찰에 지난 기일에 공소장 변경에 대해 검토를 부탁드렸는데 변경을 안 하셨다”며 “검찰은 공동정범이든 간접정범이든 구속요건만 충족한다면 처벌에 지장이 없다는 의견을 냈는데, 일단 간접정범과 공동정범은 범행이 다르고 적용법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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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정범이란 자신이 한 행위가 범죄인 줄 모르는 사람을 이용해 범죄를 유발하는 일컫는 말로 의사가 아무것도 모르는 간호사를 시켜 환자에게 독약을 주사하도록 한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2명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한다면 폭넓게 인정되는 공동정범과 달리 간접정범은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처벌이 여의치 않다.

같은 간접정범이라도 고의가 없는 건지, 고의성이 없는 건지, 책임이 없어서인지에 따라 변호인들의 방어권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범이라면 어떤 공범인지, 간접정범이라면 어떤 간접정범인지 특정해달라는 게 재판부의 요청이다.

재판부는 또 “검찰에서 공소장 변경을 안 할 경우 무죄 판결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하는지를 변호인 측에서 의견을 밝혀주시면 참고해 선고하겠다”며 무죄와 공소기각 판결 가능성까지 시사하기도 했다.

◇ “法 변호인에 유리하게 진행” vs “檢 공소장 변경 안한게 문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으로 수사를 받아 온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3월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 News1

이를 바라보는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 측 시선에선 통상 재판이라는 ‘샅바 싸움’은 변호인이 주장하면 검사가 반박하는 구조인데, 지금처럼 재판부가 먼저 나서서 심증을 드러내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불만이다. 사실관계를 먼저 다투고 그에 대한 법리 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라 재판부가 ‘사실관계 확인하기 위해 하나를 택하라’는 건 변호인 측에 지나치게 유리한 상황을 만든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엔 공소장 전체를 한 문장으로 기재했지만 지금은 사실관계를 쓴 다음 구체적 범행내용을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법률적 용어가 정확히 구현되지 않는다”며 “사실관계를 다투기도 전에 하나의 법리를 선택해 다른 하나는 더이상 주장하지 말라는 건 변호인에 피할 구멍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역시 전날 재판부의 지적에 “피고인을 간접정범으로 기소했다는 것이고 공판 과정에서 공범인지 간접정범인지 달리 판단된다면 바꿀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이지 특정 안 한 건 아니다”고 했다.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을 경우 공소기각이나 무죄를 내릴 수 있다는 재판부의 언급 역시 과하다는 불만도 검찰 쪽에서 나온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소장 변경을 꼭 재판 시작 전이 아니라 재판 말미에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증거 3000개’ 운운은 변호사는 할 수 있어도 재판부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닌데, 결국 재판부가 신뢰 문제로 오히려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라고 했다. 재판부가 ‘검찰이 증거 3000개를 제출했음에도 정범의 성격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한 건 검찰에 의도적으로 모욕을 준 게 아니냐는 취지다.

반면 정범의 성격을 명확히 하라는 재판부의 지적은 무리한 게 아니고, 검찰이 피고인을 간접정범으로 기소했다는 검찰이 재판부의 지적에도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리에 대해 주장을 제대로 하면 그에 대해서만 심리하겠다’, 즉 ‘재판을 오래 안 하겠다’는 취지로 준비절차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얘기”라며 “검찰이 공소장 변경이 부담스럽다면 예비적으로라도 변경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 큰따옴표 부적절하다지만…정유라 공소장에도 “금메달” 등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26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해 문무일 검찰총장과 만나지 못하고 청사를 빠져나와 발언하고 있다.News1

지난달 30일 1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위배를 언급하며 지적한 공소장의 ‘따옴표’도 논란거리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할 때 공소장 외에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해 제출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으로 형사소송규칙 118조에 규정돼 있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돼야 하므로 법관에게 피고인이 유죄라는 예단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재판부는 공소장 안에 대화 내용이 담긴 따옴표가 들어가 있는 부분이 지나치게 많아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봤다. “판사 생활을 20년간 했지만 업무방해죄에 대화 내용이 이렇게 자세히 나온 공소 사실은 본 적이 없다”라고도 꼬집었다.

다만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이전에도 업무방해 혐의를 담은 공소장에 큰따옴표가 등장하는 경우는 있었다. 2017년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시 특혜와 관련해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할 때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엔 대화 내용이 큰따옴표 형태로 나온다.

남 전 처장이 2014년 10월18일 면접고사장에서 정씨가 금메달을 지참한 채 면접을 보도록 허용하고, 면접위원들에게 “총장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학생을 뽑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하며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공소장에는 남 전 처장은 더 나아가 면접고사장으로 이동하는 면접위원들을 쫓아가 두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며 “금메달입니다. 금메달”이라고 소리치는 등 노골적으로 면접위원들을 압박했다는 정황도 담겨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업무방해는 말의 뉘앙스나 크기, 지속성, 표정 등에 따라 위력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증언이 확보되지 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를까 큰따옴표를 적시했다고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했다.

예컨대 식당에서 “음식 맛이 왜 이래”라고 한 마디 뱉은 말은 업무방해로 볼 수 없지만, “음식 맛이 왜 이딴 식이냐. 사장 나오라고 해라”는 식으로 지속적인 행패를 부려 다른 손님들이 나갈 정도라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최근 검찰의 공소장이 지나치게 장황하고 필요 없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성요건을 증명·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이나 주변사실을 기재하더라도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2월 자신의 혐의를 놓고 “수십 명의 검사가 법원을 이 잡듯 샅샅이 뒤져 조물주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 공소장을 만들어 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판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장 스타일에 따라 차이가 있다”면서도 “최근 검찰이 공소장에 범죄사실 요건 이외에 피고인에 대해 나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길 가다 침을 뱉었다’는 식의 불필요한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을 시켜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해 그중 13명에게 사표를 받아낸 혐의를 받고 지난 4월25일 불구속기소됐다. 첫 공판준비기일은 이로부터 5개월 뒤인 지난달 30일 열렸다. 1회 공판기일은 11월27일 오후2시에 열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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