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새벽 思母曲…못 다한 효도에 ‘불면의 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30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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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새벽 SNS에 소회 토로…"드렸던 기쁨보다 불효 많아"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 그리워 해…'그래도 행복했다' 남겨"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 강한옥 여사를 떠나보내는 슬픔에 제대로 잠을 못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새벽이 돼서야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찍 빈소를 지키기 위해 다시 나오는 등 모친 곁을 거의 떠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밤새 빈소를 지켰던 문 대통령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오전 5시40분께 다시 조문객 맞이를 준비했다. 오전 5시30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모곡(思母曲)’을 전하고, 새벽미사를 드리는 것으로 이틀째 조문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저희 어머니가 소천하셨다. 다행히 편안한 얼굴로 마지막 떠나시는 모습을 저와 가족들이 지킬 수 있었다”며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셨고, 이땅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1년 전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신 후 오랜 세월 신앙속에서 자식들만 바라보며 사셨는데, 제가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드렸을진 몰라도 불효가 훨씬 많았다”며 “특히 제가 정치의 길로 들어선 후로는 평온하지 않은 정치의 한복판에 제가 서있는 것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셨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어머니에게 드렸던 기쁨보다 불효가 훨씬 많았다고 언급한 대목에서 새벽의 페이스북 글이 단순한 소식이 아니라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슬픈 마음에 띄운 절절한 ‘사모곡(思母曲)’에 가깝게 읽힌다. 모친과 함께했던 추억과 못해준 회한 등을 밤새 떠올리며 정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경희대 총학생회 총무부장으로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수감 됐을 때 차창 밖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던 어머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고 있다.

연탄배달이 창피해 툴툴댔던 기억, 가족을 대신해 성당에서 전지분유 배급을 받던 것에 불만을 표시하며 어머니 마음에 생채기를 남겼던 것들에 대한 후회와 반성의 감정을 페이스북 글에 함축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전날 수원에서 새마을 지도자 대회 참석 뒤 곧바로 모친 병원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온 것은 모친의 마지막 가는 길 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1978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평생의 회한으로 남게됐다는 자기 고백은 자서전 ‘운명’에 소개 돼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마지막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다”고 한 대목에서도 대통령으로서 안겨드린 기쁨보다 ‘아들 문재인’으로 곁에서 챙기는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 의식이 도드라진다.

한편 문 대통령의 완강한 뜻에 따라 최소 인원만 부산 현지에서 수행하고 있는 터라 대부분의 청와대 참모들조차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공유하는 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복수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문 대통령 곁에는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 최상영 제2부속 비서관, 이정도 총무비서관, 주영훈 경호처장, 소수 행정관 만이 근접 수행을 하고 있다.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겨선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을 수행할 참모까지 최소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오거돈 부산시장 등이 간밤에 빈소를 찾았다가 가족들에 한해서만 조문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부산·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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