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금강산 철거’는 상황 갈아엎겠단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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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30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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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최근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대해 “상황을 갈아엎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30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믿고 미국과 대화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적어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그럴 바엔 싹 갈아엎자. 갈아엎고 다시 개발해 중국 관광객이라도 끌어들여 (돈) 좀 벌어야겠다’고 작정하고 계획을 세운 것 같다”며 “북한이 외화를 벌 수 있는 대안은 관광밖에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목표로 다양한 제재를 부과해왔지만, 관광 분야는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올 6월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당시 북중 간 관광 분야 협력을 강조했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진정 비핵화를 하겠다면 선택지가 많지만 핵을 틀어쥔 상태에선 관광밖에 없다”며 “거기서 큰돈은 나오지 않지만, 김정은(국무위원장)이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라도 관광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지구 현지지도에서 남측 시설 철거와 재건축을 지시했다’는 지난 23일자 노동신문 보도 뒤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한국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시설 철거를 논의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이에 통일부는 28일 북한 측에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29일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며 회담를 거부한 상황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엔 ‘소유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의 일방적 철거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VOA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한 비공개 강연을 통해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는 핵·미사일 문제를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방패막이에 그칠 뿐 김정은의 마음을 바꾸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특히 북미 정상 간의 지난 2차례 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에 대해선 “‘미국 대통령이 우리 수령(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판문점, 싱가포르, 베트남에 올 정도로 영도력이 대단하다’는 북한의 체제 선전에 활용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 전 공사는 현재 국내외에서 북한 관련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엔 ‘남북함께시민연대’란 시민단체를 설립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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