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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벤처 1세대 ‘삐삐왕’의 씁쓸한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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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벤처 1세대 ‘삐삐왕’의 씁쓸한 몰락

구특교 기자 입력 2019-10-30 03:00수정 2019-10-3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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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텔슨전자 설립자… 삐삐 성공신화 年 수천억 매출
사용자 줄고 휴대전화 실패로 파산… 옛 사옥서 운영하던 헬스장도 망해
29일 오전 9시 40분. 서울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인근의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양재타워 빌딩. 이 빌딩 지하 3층에 있는 대규모 헬스클럽에서는 법원 집행관이 강제 철거를 알리는 집행문을 낭독하고 있었다. 집행문 낭독이 끝나자 형광색 조끼를 입은 100여 명의 보조 인력이 헬스 기구들을 건물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날 강제집행이 이뤄진 헬스클럽은 텔슨전자 설립자인 김동연 씨(61)가 2001년부터 운영해 왔던 곳이다. 무선호출기(삐삐)와 휴대전화를 만들었던 텔슨전자는 1990년대 중반 연매출이 수천억 원에 이르렀던 회사다. 김 씨가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낸 이 회사는 국내 삐삐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고 당시 김 씨는 ‘삐삐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29일 강제집행이 진행된 헬스클럽이 입주한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의 빌딩도 텔슨전자가 사옥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캠코 측은 지난해 1월 김 씨에게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지만 김 씨가 헬스클럽을 계속 운영하자 법원에 명도소송을 냈고 최종 승소해 이날 강제집행에 들어간 것이다. 텔슨전자는 2005년 파산했다. 휴대전화의 등장으로 삐삐 사용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고전했기 때문이다. 파산하기 한 해 전인 2004년 텔슨전자 사옥은 캠코에 매각됐다. 이날 개인 물품을 정리하기 위해 헬스클럽을 찾은 김 씨는 “한때 내가 주인이었던 회사의 사옥을 이제 완전히 떠나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지난달 집마저 경매에 넘어가 당장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인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 때문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김 씨는 캠코에 월세를 내고 헬스클럽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비싼 임차료를 감당하기가 힘들었고 2017년엔 헬스클럽 운영을 A 씨에게 맡기는 과정에서 운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용역인력을 동원해 헬스클럽 시설을 부수고 A 씨가 헬스클럽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출입문을 용접하기도 했다. 김 씨는 폭행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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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양재타워 빌딩#삐삐왕#텔슨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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