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검증공백 방지법이 필요하다[오늘과 내일/정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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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와 취직 정보’ 검증 공개로 청년층의 공정사회 기대에 응답해야

정원수 사회부장
정원수 사회부장
“국회의원 자녀들도 몽땅 조사해 보시지요. … 우리 국회의원들 100% 전수 조사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교육부가 국회의원 자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국회에서 개인정보 공개를 동의해 주셔야만 할 수 있습니다.”(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국회의원)

이른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2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끼리 주고받은 말이다. 20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대 국회의원 자녀의 대학 입학전형 조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입시 전문가와 법조인 등 13명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뒤 그 아래 30명 이내의 조사단을 두고 최대 1년 6개월 동안 입시 비리를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다른 정당도 세부적인 조사 주체와 대상이 다른 유사 법안을 제출했다. 정의당은 2008년 이후 국회의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차관급 이상 등 전·현직 수천 명 이상을 조사할 것을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비서관급까지 검증하는 법안을 냈다.

청년층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입만 왜 조사 대상이냐가 첫 문제 제기였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사회지도층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해온 한 단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는 의학전문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 걸쳐 있다. 대학원을 포함해서 발의해 주기를 요청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6개월도 남지 않은 국회의원 총선거 전 조사 결과가 나오기 힘든 법안을 제출한 것 자체가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혹독한 검증을 거치는 장관 후보자와 달리 국회의원은 검증의 사각지대였다. 국회의원은 출마자 신분일 때 △재산 △병역 △최근 5년간 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납부 및 체납 실적 △금고 이상의 전과기록 △직업 △학력 △경력 등이 공개된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자를 검증하면 편파 시비에 휩싸일 수 있어 검증의 강도가 약할 수밖에 없다. 장관 후보자와 비교하면 기간도 짧고, 허점도 많다. 유권자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투표를 하지만 국회의원은 당선만 되면 “검증이 끝났다”는 이유로 장관직에 무혈입성하고, 더 높은 선출직을 노린다.

국회의원의 검증 수준을 지금보다 훨씬 높게 끌어올려야 한다. 당장 시급한 건 요즘 젊은층이 가장 예민하고, 분노하는 자녀의 입시와 취직 관련 정보부터 검증하는 것이다. 3당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절차대로 자녀의 대학이나 대학원 입시와 논문, 제출 서류의 신빙성을 검증해달라는 동의서를 쓰게 하고, 교육부가 대학과 대학원의 협조를 얻어 자료를 중립기관에 제출하면 거기서 검증한 뒤 그 결과를 공개하면 된다. 자녀의 취직 정보도 같은 절차를 거치면 된다.

국회의원으로서는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과거 세금 체납과 병역 사항이 갑자기 공개됐을 당시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논의를 살펴보면 결코 과한 조치가 아니다. 반대 여론에도 “(당사자가) 사회적 처신이 곤란해지는 데서 느낄 간접적인 심리적 압박감까지 고려했다” “법적 근거는 약하거나 없어도 다 우리 사회에서 용인되고 공감을 받고 있다”며 공개 방침이 정해졌다. 부작용이 없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사회가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다만 발의된 법안과는 달리 20대 국회의원은 조사 대상에서 뺐으면 한다. 그 대신 21대 국회의원 후보자부터 더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도록 해야 법의 통과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공정 척도에서 좀 더 경쟁력이 있는 후보자가 다음 국회에 더 많이 입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대적 가치에 귀를 막고, 눈을 가리는 국회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감이라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정원수 사회부장 needjung@donga.com
#국회의원#조국 사태#국회의원 총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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