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내각 잇단 구설… “기강 해이해져” 비판 여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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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방위상 “나는 비의 남자”… 태풍피해 심각한데 경솔한 발언
하기우다 문부상은 부유층 옹호… 스가와라 낙마 이어 위기감 커져

지난달 11일 일본의 새 내각에 합류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측근들이 잇따른 실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정권 안팎에서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사진) 방위상은 28일 도쿄의 한 정치 후원회에서 연설하던 중 “나는 우리 지역구(가나가와)에서 ‘비의 남자’라고 불린다. 방위상 취임 후 이미 태풍이 3개나 지나갔다”며 스스로를 ‘태풍을 부르는 남자’라고 발언했다. 야당과 일본 언론들은 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사망자가 88명(29일 NHK 집계 기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단히 경솔한 발언이었다”고 비판했다. 29일 국회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출석한 고노 방위상은 “태풍 피해 복구에 대한 자위대의 노력과 처우 개선을 위한 발언이었지만 불쾌하게 생각한 모든 분께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총리 보좌관 출신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도 가세했다. 24일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새로운 영어시험 제도 도입으로 경제·지역적 불평등이 우려된다는 의견에 대해 “자신의 분수에 맞게 노력하면 된다”고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그는 28일 밤 기자들 앞에서 사과했다. 다음 날 정례 기자회견에서도 “모든 시험에 최선을 다하길 바라는 뜻으로 말했지만 수험생 여러분에게 불안 및 불쾌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며 재차 사과했다.

둘의 실언은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전 경제산업상이 금품수수 의혹을 받아 44일 만에 물러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각료들의 잇단 사과에 “빨리 사죄하지 않으면 국정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집권 여당 내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29일 “내각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자각을 갖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스가와라 전 경산상 사건 등으로 “아베 정권의 기강이 느슨해졌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이 56%에 달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아베 신조#고노 다로#스가와라 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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