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美 증오하는 北 핵심 계층,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게 생각”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29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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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최근 평양에서 남북한 팀 간의 축구 경기가 ‘무관중’ ‘무중계’로 치러진 데 대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후진적 사고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29일 보도된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보 같은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남한 팀이 북한에서 경기를 했는데 경기장에 관중이 아무도 없었고, 생중계도, 보도도 안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선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제2차 예선전으로 남북한 간의 경기가 진행됐고 0대 0 무승부로 끝났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한국 측의 응원단 및 취재진 파견 의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비정상적’인 태도를 보여 중계방송 등이 모두 무산됐다.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북한이) 자존심 때문에 경기를 비밀에 부쳤던 게 분명하다”면서 “남한 팀이 북한 팀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팀이 패할 경우 북한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이나 정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라면서 “스포츠에선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선 모든 게 최고 지도부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린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월드컵 축구 경기장에 관중이 없는 나라는 북한뿐일 것”이라며 “‘김씨 일가’는 개인의 인권엔 관심이 없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자문연구위원으로 근무하다 작년 5월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이란 책을 낸 뒤론 국내외에서 북한 관련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이번 인터뷰도 태 전 공사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뉴욕에서 열린 ‘오슬로자유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것을 계기로 진행됐다.

태 전 공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요즘 북한 사람 대부분은 (미국을) 신경 쓰지 않는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그렇다”면서 “핵심 계층은 ‘미국이 늘 (북한) 공격을 모색하고 있다’는 세뇌를 당해 미국에 아주 강한 증오를 갖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 및 윈도 시스템(OS)과 함께 자라난 밀레니얼 세대는 그들과 다르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밀레니얼 세대도 미국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배웠지만, 그들은 모두 컴퓨터를 쓸 줄 지식을 갖고 있다. 그들은 빌 게이츠(MS 창업자)도 안다”며 “그들은 정보에 목말라 있고, 이게 바로 이전 세대들과 다른 이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태 전 공사는 “지금 북한 주민의 삶은 거주·직업·교육 등 모두 계급체계에 따라 결정된다. 북한의 엄격한 계급체계는 중세 봉건왕조와도 같다”면서 “난 지배 계급인 ‘핵심’층에서 태어나 운 좋게도 엘리트 교육을 받고 좋은 일자리를 얻어 평양에서도 좋은 아파트에서 살았지만 북한에서의 삶을 결코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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