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백자·풍수지리서·불경 보물 된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9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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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도자기와 책들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29일 ‘백자 청화매조죽문 항아리’ ‘지리전서동림조담’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2’에 대해 보물로 지정예고했다.

‘백자 청화매조죽문 항아리’는 조선 전기 15~16세기 제작된 청화백자 항아리이다. 높이 약 27.8㎝의 이 도자기는 뚜껑이 있는 입호(立壺) 형태로, 겉면에 매화, 새, 대나무가 ‘청화(靑畵)’ 물감으로 그려져 있다.

청화물감은 청색 코발트 안료로, 회회청(回回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선 초기에는 중국에서 수입했으나 1463~1469년 우리나라에서도 생산돼 사용되기 시작했다.

매화를 화면에 크게 배치해 전반적으로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양한 동작의 새를 표현해 생동감을 살렸다. 먹의 농담을 활용하듯 청화안료의 색조와 분위기를 잘 살려냈고, 발색이 좋아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

수준 높은 기법과 회화 표현을 볼 때 이 작품은 도화서(圖畵署)의 화원(畵員)이 참여한 조선 시대 관요 백자로 추정된다. 국보 제170호 ‘백자 청화매조죽문 유개항아리’와 비교하면 뚜껑이 없어 온전한 한 벌이 아닌 점을 제외하면 정제된 백자의 바탕흙 문양을 장식한 기량이 거의 흡사하다.

이 청화백자는 사용계층이 한정됐고 제작도 제한적이라 전래되는 수량이 많지 않아 희소성이 있다. 제작 당시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됐고 중국 영향에서 벗어나 조선 고유의 청화백자를 제작하기 시작한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우수한 작품이다.

‘지리전서동림조담’은 조선 시대 관상감(觀象監) 관원을 선발하는 시험 ‘음양과’의 과목 중 하나로 사용된 풍수지리서다. 중국 오대(五代) 사람인 범월봉(范越鳳)이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지리전서동림조담’에 일부 주술적 요소가 있어 주희 등 송대 유학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조선에서는 과시의 과목으로 채택됐다. 이는 이 책의 내용이 조선 고유의 풍수관(風水觀)을 성립시켰고 조선에서도 풍수지리가 역사·문헌적으로 인정을 받았음을 뜻한다.

‘지리전서동림조담’은 상권과 하권 22편으로 구성됐다. 본문은 조선 건국 후 최초 금속활자인 계미자(癸未字)로 인쇄됐다. 서문, 발문, 간기(刊記)가 없어 간행 관련 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

계미자 중자(癸未字 中字)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태종 연간(1400~1418)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시대에 문·무과와 생원·진사 선발 시험인 사마과(司馬科) 수험서인 유학서적은 상당수 간행된 데 비해, 잡과(雜果)의 풍수지리서는 수험생이 적어 많이 간행되지 않아 전래본이 희소하다.

‘지리전서동림조담’은 희귀본이라는 점, 고려 말~조선 초기 사용된 금속활자인 계미자로 인쇄된 점, 조선 시대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풍수지리서로 인식됐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서지학적 의의가 있다.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2’는 대승불교에서 중시한 경전이다. ‘대불정수능엄경’ 또는 ‘능엄경’이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2’는 총 10권으로 구성된 내용 중 권1~2에 해당한다. 이 경전은 태조 이성계가 승려 신총에게 큰 글씨로 판하본을 쓰게 한 뒤 1401년 판각해 간행됐다.

나뭇결 마모와 종이 상태로 보아 첫 판각 후 늦게 인쇄된 것으로 보인다. 15세기 말까지 사용된 반치음(?)과 옛이응(?) 등 묵서 기록도 간행 시기를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

특히, 교정 흔적은 ‘간경도감’ 언해본 간행을 위한 과정으로 판단돼 15세기 무렵 인쇄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일 판본인 보물 제759호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의 일부 빠진 장수(張數)를 보완하고 본문 왼쪽에 일(一), 이(二) 등 해석을 돕기 위해 한문을 우리말로 풀어 문장 사이에 달아 놓은 석독구결(釋讀口訣)의 사례가 확인된다. 이는 조선 시대 구결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의 독자적 필체에 의한 판본으로서, 조선 초기 불경 간행 양상을 살펴볼 수 있고 중세 국어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판단돼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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