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만 바꿔 버젓이 유통… ‘몰카’ 단속 비웃는 웹하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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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사태’ 1년 실태 점검해보니

‘××여대 유출’, ‘커플 셀카 유출’.

28일 한 웹하드 사이트의 검색창에 ‘유출’이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이 같은 제목을 단 동영상이 377건이나 떴다. 이 사이트에서는 검색창에 ‘몰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게시물이 뜨지 않게 돼 있지만 이른바 ‘변칙 검색어’인 ‘몰○’으로 검색하면 게시물이 줄줄이 떴다. 몰카는 불법 촬영물인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사이트에서는 검색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웹하드계의 큰손’으로 불린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48·수감 중)이 콘텐츠 제공 업체들로부터 불법 촬영 영상을 공급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웹하드 사이트에 올려놓고 영업을 하다 검거된 지 1년이 돼 간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집중 단속을 벌였지만 웹하드 사이트에는 여전히 불법 촬영물이 올라오고 있다. 사이트에 게시된 불법 촬영물의 상당수에는 여성들의 노출 피해가 있었다.

8월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웹하드 사이트에서 삭제한 불법 촬영 영상물은 115건에 이른다. 이는 불법 촬영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요청한 경우만 해당해 실제 사이트에 게시된 불법 촬영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웹하드에 올라온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피해자들이 최근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사이트 운영자들은 불법 촬영물에 대한 삭제 요청이 있으면 지체 없이 삭제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아 피해자들이 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올 1월 웹하드 사이트 44곳을 조사한 결과 이 중 6곳에서는 ‘몰○’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자 ‘몰카’ 영상이 모두 5만 건 넘게 확인됐다. 검색 금지어로 지정된 ‘몰카’를 피하기 위해 변칙 검색어인 ‘몰○’라는 제목을 달아 영상을 올린 것이다. 한 웹하드 사이트에서는 검색이 차단된 ‘유출’이라는 단어 대신 ‘△출’이라고 제목을 단 영상이 189건이나 됐다.

올해 9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등록된 웹하드 업체는 40개로 이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는 88개(PC 49개, 모바일 39개)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에 게시되는 콘텐츠의 불법성 여부를 가리는 모니터 요원은 18명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모니터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소속 18명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모니터 요원에 비해 사이트 수가 많다 보니 게시되는 불법 촬영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DNA 필터링 시스템’으로 불법 촬영물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놓고 있다. DNA 필터링이란 사람의 유전자(DNA)처럼 영상 파일의 고유한 특성을 인식하는 기법이다. 그동안 경찰청과 여가부 등이 적발한 불법 촬영물을 따로 관리하고 있어서 방심위 DB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은 지난해 10월 자체 개발한 ‘불법 촬영물 등 추적 시스템’에 축적된 불법 촬영물 1726건을 방심위에 제공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관 기관과 협의해 불법 촬영물 DB를 계속 축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디지털성범죄#몰카#유출#웹하드#양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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