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개혁위 “검찰 정보수집 폐지”… 檢내부 “부패 적발 가로막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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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차원 ‘검찰 길들이기’ 논란
개혁위 “표적수사 정치적 악용 소지”… 검찰청 사무규정 즉시 개정 권고
檢내부 “황당한 개혁안” 반발… “검찰 눈 멀게하고 귀 막겠다는 것”
법조계 “민주硏 개혁안 판박이”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검찰의 정보수집 기능을 사실상 전면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검찰의 범죄정보 수집이 표적 수사로 이어져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혁위는 2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제6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대검찰청 등의 정보수집 기능 폐지’를 위해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즉시 개정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권고안에 따르면 대검찰청 내 수사정보정책관과 수사정보1·2담당관 등 정보수집 부서가 폐지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산하 수사정보과와 수사지원과, 광주지검과 대구지검 수사과 등의 정보수집 기능도 중단된다.

현행 검찰보고 사무규칙에 따라 지방검찰청장이 ‘사회적 불안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당·사회단체의 동향이 사회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정보보고를 하도록 돼 있는 규정도 삭제된다.

개혁위는 범죄 혐의 수사와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며 폐지를 권고했다. 정보조직의 특성상 인적 규모나 업무 내용을 다른 기관이나 외부에서 인지할 방법이 없고 정·재계와 정당·사회단체 동향을 수집해 보고하면 하명수사, 대검의 직접수사 권한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혁위는 “민주적 통제장치가 전무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한 표적적·선택적 정보수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수사·기소의 기능은 가능한 한 분산돼야 한다. 대검찰청이 조직 전체를 정치적으로 장악하는 등 악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정보수집 기능 폐지로 남게 되는 인력은 형사부, 공판부 등에 투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부패는 쉽게, 적발을 어렵게’ 하는 황당한 개혁 방안” “검찰이 부정부패의 범죄 단서를 수집하면 왜 안 되는 것이냐” 등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이번 조치는 검찰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막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여론 동향을 살피던 범죄정보 수집 기능을 완전히 폐지했고, 범정 조직을 대폭 축소했는데 개혁위가 이런 변화에 대한 인식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혁위가 더불어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의 개혁 방안을 그대로 답습한 것에 불과한 정권 차원의 ‘검찰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주연이 발표한 ‘검찰개혁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부 등 직접수사조직 통폐합 및 대폭 축소, 법무부 탈검찰화, 법무부의 검찰 감찰기능 강화, 정보수집 기능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개혁위가 그간 발표한 권고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특정 정치 성향을 담고 있는 조직이 만든 보고서대로 개혁위가 움직이고 있다”며 “수십 년간 이어진 검찰 조직이 지금과 같은 모양새를 갖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이 같은 역사성을 무시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훈 hun@donga.com·김동혁 기자
#검찰개혁위#정보수집 기능#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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