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판정난 정부주도 경제정책 더는 안 된다[동아광장/최종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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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하락에 저성장 우려… 일자리와 투자는 줄고, 빚은 늘어
경제 살리는 핵심 주체는 기업, 시장기능 믿고 정부는 물러서야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한국 경제가 일본식 저성장 늪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에 그쳐 금년 경제성장률이 2%도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잘 가고 있다고 주장하던 정부도 최근에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대통령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방문하고 이례적으로 긴급 경제장관회의도 소집하였다. 그러나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정책 방향은 달라진 것이 없다.

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최대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책 중점은 평등에 우선을 두고 시장 기능보다는 정부 규제, 재정지출 확대 등 정부 주도의 경제 운용을 추진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제 강행,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공기업의 성과평가제도 무산되고 임금피크제도 후퇴하고 있다. 혁신성장이라고 구호는 거창하지만 규제개혁에는 소극적이고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많다. 원격진료, 공유경제, 빅데이터, 핀테크 등 신(新)산업에 대한 규제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아파트 분양가, 재개발 재건축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미진하다고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고 있다. 현 정부 임기 중 17만 명의 공무원 증원을 추진 중이다. 공기업 평가 시 수익성 개선 비중을 낮추고 사회적 기여도 비중을 대폭 높여 고용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 예산으로 과거 취로사업 같은 단기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 빈 교실 전등 끄기, 산책로 청소 등 불요불급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 우리 경제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나아지고 있는가? 결과적으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소득 분배는 악화되고 있다.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취업자가 35만 명 늘었는데 60세 이상이 38만 명 늘었고, 30대는 1만3000명, 40대는 18만 명 줄었다. 기존 근로자 보호로 청년들의 취업 기회는 더욱 줄어 청년 실질실업률은 20%를 상회하고 있다. 재정지출 사업이 집중된 복지 사회 서비스 분야는 17만 명 늘어났으나 제조업은 11만 명 줄어들었다. 언제까지 정부의 취로사업으로 고용을 유지할 것인가? 최근 소득분배도 악화돼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의 격차는 확대되었다. 각종 규제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세금과 각종 부담금 증가로 기업 의욕은 떨어져 많은 기업이 국내 투자는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년 상반기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에 비해 5배로 크게 늘어났다.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지만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 건전성이 급속히 훼손되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재정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을 2배 이상 초과하고 있다. 지출 내용면에서 미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투자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 많다. 현금성 복지 지출이 2017년 22조 원에서 2019년 41조 원으로 늘어났다. 복지예산 비중이 35%에 이르고 있다. 방만한 경영으로 공기업(339개)과 공공기관의 이익은 2016년 15조4000억 원에서 2018년 1조1000억 원으로 급감하였다. 내년에는 적자국채 발행이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 수혜 확대로 현재 20조 원인 건강보험기금 적립금이 2026년경에는 고갈이 우려된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고령화가 비슷한 1990년대 국가부채 비율이 60%였는데 구조개혁은 소홀히 하고 재정에 의존한 반복적인 경기 부양으로 현재는 세계 최고인 230%가 되었다.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훨씬 빠른 우리나라도 국가부채 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국가부채가 당장 문제가 아니라고 선심성으로 예산을 쓰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이미 실패로 판정 난 사회주의식의 정부 주도 정책으로는 안 된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경제정책 기조를 시장 기능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핵심 주체는 기업이다. 따라서 기업 여건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규제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근절하되 반(反)기업 정서는 불식되어야 한다. 정부는 시장 기능이 할 수 없는 분야로 한정해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복지시책은 맞춤형으로 하여 지출의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 공무원과 공기업 증원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효율적인 정부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경제성장률#저성장#일자리#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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