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끈 곰’에서 ‘밀당 곰’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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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통합우승 이끈 ‘명장’ 김태형

5년간 3번째 헹가래 김태형 두산 감독이 26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키움과의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헹가래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은 2015년 부임한 후 5년간 우승 3회, 준우승 2회를 기록하며 명장으로 거듭났다. 뉴스1
5년간 3번째 헹가래 김태형 두산 감독이 26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키움과의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헹가래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은 2015년 부임한 후 5년간 우승 3회, 준우승 2회를 기록하며 명장으로 거듭났다. 뉴스1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두산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1차전. 김태형 두산 감독(52)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경기 전부터 기자회견장은 김 감독의 입담에 웃음바다가 됐다. ‘지난 4년간의 한국시리즈와 올해 한국시리즈는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사실 별다를 게 없다. 다만 올해는 나의 감독 재계약이 달려 있는 해”라고 농담을 던졌다. 장정석 키움 감독(46)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쪽은 젊으니까 앞으로 기회가 많잖아”라고 위트 있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고 본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우승을 못 했다. 이번이 세 번째이니만큼 신경이 쓰인다. 꼭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결과는 그의 말대로 됐다. 김 감독이 이끈 두산은 26일 KS 4차전에서도 승리하며 전적 4전 전승으로 KS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5년 연속 KS 진출에 3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을 일궈내며 ‘명장’으로 우뚝 섰다. KBO리그에서 5년 연속 KS 진출은 류중일 LG 감독(2011∼2015년·당시 삼성)에 이은 역대 두 번째다.

김 감독은 지난해의 실패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지난해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2위 SK와 14.5경기 차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KS에서 2승 4패로 패하고 말았다. 그는 김강률의 부상 등으로 약했던 불펜진을 패인으로 꼽았다.

올해는 달랐다. NC로 이적한 양의지의 보상선수로 받은 이형범을 필두로 윤명준, 함덕주, 이현승 등으로 불펜을 강화했다. 권혁과 배영수 등 경험 많은 베테랑들도 데려왔다. 그리고 KS에 맞춰 올 시즌 내내 선발로 26경기에 등판했던 이용찬을 마무리로 돌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마무리 경험이 있는 이용찬 카드는 대성공이었다. 이용찬은 KS 3경기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키움 타선을 잠재웠다.

경기 운영에서도 ‘밀당’을 적절히 활용했다. 1차전 9회말에는 비디오 판독에 항의해 퇴장을 당했는데 이는 의도된 연출이었다. 그는 “붙을 땐 붙어줘야 한다”고 했다. 감독의 투지에 자극받은 선수들은 9회말 끝내기로 승리했다. 2차전에 앞서 키움 송성문이 두산 선수들에게 ‘막말’을 한 사건이 드러났을 때는 “선수들끼리는 다 그러는 거 아니냐.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담대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KS 우승 후 김 감독은 “양의지가 빠진 공백을 남은 선수들이 잘 메워줬다. 선수들이 잘 뭉쳐서 좋은 결과를 일궈냈다. 주전 첫해부터 투수들을 잘 이끌어준 포수 박세혁과 자신을 희생하고 팀을 위해 헌신한 주장 오재원 등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명장 반열에 오른 김 감독은 KS 우승 트로피를 앞세워 구단과 재계약 협상에 나선다. 2014년 말 2년간 총액 7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원)을 받았던 그는 2016년 11월 재계약 때는 3년 총액 20억 원(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에 사인했다.

한편 통합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9억 원, 한국시리즈 우승팀 자격으로 18억 원 등 약 27억 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한국시리즈#키움#김태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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