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해 후분양 나서는 강남재건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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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적용받더라도
“택지비 산정 공시지가 계속 오르면 준공시점에 분양하는게 유리” 판단
HUG 고분양가 관리 피할 목적도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더라도 준공이 임박한 시점에 후분양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 측은 당장 분양에 나설 경우 적용 받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피하고, 후분양 시점에 택지비를 높게 인정받는 것이 일반분양가 산정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는 이미 철거가 완료돼 내년 4월까지인 분양가상한제 유예 기간 내에 일반분양이 가능함에도 공정 80% 시점에 후분양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상한제보다 HUG의 고분양가 관리 제도를 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신반포15차가 내년 4월 전에 분양을 선택하면 인근 반포우성이 최근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은 3.3m²당 4800만 원대 안팎에서 일반분양가가 정해진다. 바로 옆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가 최근 3.3m²당 약 1억 원에 실거래됐음을 고려하면 반값 수준이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반포15차는 일반분양 가구 수가 많지 않아 조합원 분담금으로 공사비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며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후분양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신반포15차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조합이 분양 시기를 늦추는 후분양을 선택하려는 것은 택지비에 반영되는 공시지가의 상승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분양가 산정 때 분양 시점의 공시지가를 주된 평가 요소로 삼게 되는데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방침에 따라 매년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서초구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14.3%였다. 3년 후에 분양에 나선다면 그만큼 높아진 공시지가를 반영한 일반분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조합 측은 “후분양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만 밝혔다.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도 후분양을 고려하는 단지 중 하나다. 사업 일정상 분양가상한제 유예 기간 내에 일반분양에 나서기 어려운데다 분양가 산정 시 후분양이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미성크로바는 선분양 시 일반분양가가 인근의 잠실올림픽아이파크 평균 분양가(3.3m²당 2852만 원)의 105%에 해당하는 금액(3.3m²당 2995만 원)을 넘기 어렵다. 조합에서는 3.3m²당 2600만 원 초반대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조합 관계자는 “선분양의 분양가가 기대보다 너무 낮아 자체적으로 감정평가사에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 후분양을 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더라도 3.3m²당 3000만 원 후반대의 일반분양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후분양을 선택하는 단지부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분양 시 분양가가 너무 낮거나 공사비 부담이 적은 재건축조합에는 이런 경고가 효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조합들의 후분양 전환을 막기 위해서는 공시지가 상승률을 낮춰야 하는데 이는 기존에 발표한 공시지가 현실화 방침과 충돌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만으로는 과열된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강남권 재건축#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후분양#신반포15차#미성크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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