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했던 ‘반도체의 날’…CEO 줄대기, 지각한 성윤모 ‘무성의’ 눈살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25일 0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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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두 돌을 맞은 ‘반도체의 날’은 어느 해보다 무거운 분위기였다. 글로벌 시장이 꺾이면서 우리나라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실적도 반토막이 났다.

서울 용산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24일 열린 이번 행사는 반도체인들의 생일과 같은 날임에도 축하보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자리가 됐다.

그러나 행사의 또다른 주축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무성의한 태도는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수출 주무부처인 산업부 성윤모 장관이 행사에 지각하면서 첫 순서부터 어그러졌다. 사전 행사인 기념 촬영을 위해 이미 36명의 반도체 협회 임원과 기업 CEO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성 장관측은 용산역에 오후 5시58분에 도착할 것이라고 주최측에 알렸다.

반도체 업체의 주요 인사들은 성 장관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행사장 밖에서 줄지어 대기했다. 행사의 주인공인 진교영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을 비롯해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등 협회관계자와 반도체 기업 CEO 등이 성 장관을 기다렸다.

뒤늦게 도착한 성 장관은 행사에 늦은 이유를 설명하는 듯 시계를 두드리면서 ‘앞선 일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예정보다 15분 늦게 시작됐고 협회장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진교영 협회장은 “업계가 쉽기만 했던 적은 한 해도 없었지만 올해는 유난히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며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 위축과 그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감에 더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평가했다.

성 장관은 축사에서 “지금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으면 종합 반도체 강국을 실현할 수 있다”며 “앞날은 밝다”고 분발을 촉구했다.

성 장관은 이어 은탑훈장과 대통령표창 등 모두 49점의 포상을 수여한 직후 서둘러 행사장을 떠났다. 무대에서 내려와 앞줄에 앉은 업계 관계자들과 간단한 악수와 인사만 나눈 뒤 행사 초반에 현장을 나섰다. 또 다른 만찬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날 행사는 수상자들 인터뷰, 만찬 등 오후 8시10분까지 이어졌다.

반도체의 날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최초로 연 100억달러를 돌파한 1994년 10월을 기념해 제정됐다. 2008년부터 매년 10월에 기념식이 열린다. 지난해에는 1000억달러 수출 달성을 자축했다. 단일품목으로 이 같은 대기록을 달성한 것은 우리나라 수출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만큼 반도체인들의 자부심도 높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다. 전 세계적인 제품 수요 감소로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실적 잠정치를 발표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2% 감소한 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3조원대에 머물며 전년 대비 7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3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47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하회한 것은 13분기만이다. SK하이닉스는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량 조절에 나서고 있으며 향후 투자 축소도 검토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 경제 근간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수출과 경제성장률까지 고꾸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3분기 경제성장률을 전분기 대비 0.4%로 집계하면서 올해 2% 경제성장률 달성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짙어지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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