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굿즈’(MD상품)가 단순한 팬 놀이를 넘어 케이팝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과거엔 그저 아이돌의 팬심에 기대 무분별한 상품을 내놓아 ‘팬 지갑털이용’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품의 질이나 활용도 등을 높여 팬들의 합리적 소비를 이끌어낸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 아이돌 굿즈 시장도 1000억∼1300억 원(2018년 업계 추정치)대로 커졌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반기 굿즈 매출액은 지난해 총 매출 규모와 맞먹는 2142억 원에 달한다. 이들에 앞서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가 이미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열고 운영 중이다. 빅히트 역시 최근 공연장에서만 임시로 운영되던 팝업 스토어를 최근 서울 강남에 세웠다. 각 기획사는 소속 스타들의 이름을 내건 상품을 상표 출원해가며 굿즈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스포츠동아가 그 현장을 찾아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옥의 지하 1층에 매장을 두고 있다. 규모가 비교적 작다. 대신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2층의 상설매장이 아쉬움을 채워준다. 특히 두 매장이 거리상 그리 멀지 않아 대부분의 방문객은 ‘성지순례’를 하듯 오간다. 23일 오후 6시 즈음에도 아티움의 2층 매장에는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굿즈상설매장. 스포츠동아DB
● ‘팬심’만 담았다? 실용성도 챙긴 ‘굿템’들
아티움 상설매장에는 그룹 엑소,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다양한 굿즈가 전시돼 있다. 가수 이름이 새겨진 명찰, 부채, 팬덤 응원봉 등 자체 제작물품뿐 아니라 한 액세서리 브랜드와 협업해 출시한 팔찌와 반지 등 각종 컬래버레이션 상품도 즐비하다.
특정 가수의 팬임을 숨기면서도 팬덤의 소속감을 얻을 수 있는 일명 ‘일코용’(일반인 코스프레용) 아이템도 눈에 띈다. 매해 ‘올해의 컬러’를 내놓는 색상회사 팬톤과 손잡고 내놓은 용품이 대표적인 예다. 각 가수들의 ‘상징색’을 팬톤 컬러로 뽑아 다이어리, 노트, 에코백 등에 입혔다.
● 5000원 버스카드, 외국인 관광객에 ‘인기 만점’
굿즈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무늬테이프 세트(7900원)나 지퍼가 달린 노트(1만3000원) 등 문구류부터 담요(3만8000원), 쿠션(3만3000원) 등 각종 생활용품을 모두 아우른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가장 싼 품목 중 하나는 교통카드로, 5000원이다. 카드 뒷면에 가수들의 얼굴 사진을 붙여 앨범 속 포토카드같은 느낌을 준다. 저렴하면서도 여행 필수품이기도 해 교통카드 코너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자체 제작상품 중 고가에 속하는 스웨트셔츠는 6만8000원이다. 폭신하고 도톰한 재질이라 눈길이 간다. 한 전자기기 회사와 함께 만든 그룹 슈퍼주니어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MP3플레이어는 62만8000원으로 매장에서 가장 비싼 제품으로 꼽힌다.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굿즈상설매장. 스포츠동아DB
● “SM타운 박물관 왔다 엑소 인형 샀어요”
아티움은 1층부터 6층까지 건물 전체가 SM타운 관련 매장으로 채워져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영화관과 캐릭터 다과를 파는 카페 등이 입점해 있다. 특히 3층의 ‘SM타운 뮤지엄’은 소속 가수들의 사진을 전시해놓아 외국 팬들이 찾는 ‘필수 코스’로 꼽힌다.
영화관이나 뮤지엄을 찾아온 김에 굿즈를 사는 방문객이 상당수다. 그룹 엑소의 디오 팬이라는 인도네시아의 20대 여성은 “‘SM타운 뮤지엄’에 왔다 디오 인형을 샀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온 크리스티나(25)는 “슈퍼주니어 멤버별 포토카드와 파우치 등을 샀다”면서 “샤이니, 소녀시대 등 다른 가수들도 좋아해서 10만 원 가까이 물품을 구매했다”며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