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주한 美대사들 “관저 침입, 어떤 이유든 용납 안 돼”…한미관계에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4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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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18일 주한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어 기습 점거 농성을 벌인 사건을 두고 전직 주한 미국대사들이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3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2004~2005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그들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경찰이 그들을 체포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다”라고 말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역시 “누구든 외교 공관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만약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먼저 대화 요청을 했었어야 했다. 미 대사관도 기꺼이 응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대사관저에 침입해 경찰이 개입하게 만든 것은 적절한 방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힐 전 차관보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모르게다. 몇 주 뒤 한국을 방문하면 조금 더 정확한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스티븐스 소장은 “이 사건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과 협의 등이 양국 사이에 상당한 긴장과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1년~2004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토머스 허바드 전 대사는 “이 사건이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공격당했을 때도 매우 가깝고 친밀했다”고 말했다. 1989년~1993년 대사를 지내며 1989년 대사관저 점거농성을 직접 겪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역시 “결국 그들은 나중에 대사관저에 침입했던 것을 사과했고 나 역시 한국인들을 존중한다”며 “이런 사건이 꽤 오랜만에 벌어져 놀랍기는 하지만, 현직 주한 미 대사에게 ‘유머 감각을 잃지 말고 과잉반응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현 행정부에서는 이런 사건이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한국 학생들이 한미 동맹관계가 매우 어렵고 취약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런 행동은 워싱턴, 특히 동맹 관계에서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매우 좋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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