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왕위계승 논의 재개…女계 계승에 여전히 ‘부정적’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3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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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일본 왕족 중 왕위 계승 대상자는 13살된 왕자 1명
그럼에도 아베 정부는 여성 일왕 및 여계 승계에 부정적

일본 정부가 올 가을 이후 안정적인 왕위계승 방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23일 보도했다.

현재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나루히토(?仁·59)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53) 왕세제이며 2위는 그의 아들 히사히토(悠仁·13), 3위는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동생인 마사히토(正仁·83) 친왕이다. 미성년 왕족 중에서 왕위 계승 대상자는 히사히토 1명뿐으로, 왕실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딸인 아이코(愛子·17) 공주 1명을 두고 있으며, 그리고 후미히토 왕세제에게는 마코(眞子·28), 가코(佳子·24) 공주가 있다.

그러나 일본의 왕위 계승을 규정한 법률인 ‘황실전범’에서는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인 ‘남계남자’(男系男子)만이 왕위를 계승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여성 왕족은 왕이 될 수 없다. 또 여성 왕족은 일반인과 결혼하면 결혼 후 왕적에서 이탈된다.

이런 상황이지만 아베 정부는 왕위계승 방안에 대한 논의에서 여성 일왕 및 어머니로부터 왕실의 피를 이어받아 왕위에 오르는 여계(女系) 계승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을 전망이다. 보수파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아베 내각은 이번 논의에서 왕족 수가 감소하는데 대한 대책 마련에 그칠 전망으로, 안정적인 왕위 계승 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논의에서도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팀을 마련하지 않고, 정부가 전문가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의견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21일기자회견에서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는) 남계 계승이 예로부터 예외 없이 유지되어 온 것을 감안해, 신중하고 정중하게 검토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남계남자’에 한정되어 있는 왕위계승 자격의 확대에는 부정적인 자세를 거듭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안정적인 왕위 계승을 위한 여러 방안들이 검토돼 왔다. 2017년 6월 성립된 퇴위특례법의 부대 결의는 아키히토 전 일왕의 퇴위 이후에 “안정적인 왕위 계승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과제 및 여성 왕족이 결혼한 후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하게 하는 여성 궁가(宮家) 창설 등‘에 대해 조속히 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앞서 지난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내각의 유식자회의(전문가회의)는 ’여성 일왕 및 여계 계승‘을 용인하는 유식자회의(전문가회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파가 ”남계 승계의 전통이 무너진다“며 반발한데다, 같은 해 9월 히사히토 왕자가 태어나면서 아베 1차 내각은 ’여성 일왕 및 여계 계승 허용‘ 검토를 보류했다.

고이즈미 내각의 보고서는 딸과 아들 구분 없이 장자(첫번째 자녀)를 우선으로 왕위를 계승하는 데 대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되면 왕위 계승 1순위는 나루히토 일왕의 장녀인 아이코 공주에게 넘어간다.

그러나 현 아베 내각에서는 ’여성 일왕 및 여계 계승‘에 부정적인 상황으로, 총리관저의 한 고위관계자는 ”히사히토 왕자에게 왕위가 계승된 이후의 일에 대비해 선택사항을 마련하는데 논의가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적을 유지하는 ’여성 궁가‘에 대해서도 2012년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이 1대에 한해서만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보수파가 ”여성 왕족이 결혼 후 왕적을 유지한채 아이를 낳으면 장래 여계 일왕으로 이어진다“며 반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해 12월 정권에 복귀한 아베 2차 내각은 여성 궁가 창설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보수파는 패전 후 왕족 신분을 상실해 민간인이 된 남성들의 왕적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총리 관저 내에서는 ”70년 전에 왕실을 떠난 사람을 현대사회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등 의문이 강하다고 한다.

지난 21일 산케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자민당의 보수 성향 모임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대표, 아오야마 시게하루 참의원)‘은 남성왕족 복귀 제안을 23일 아베 총리와 자민당 간부에게 직접 제출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정부는 우선 히사히토 왕자가 왕위를 계승하는 현 상황을 유지하고, 왕족들이 수행해야 하는 공무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공무를 담당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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