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안치기간 ‘10→5년’…“행정편의” 비판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3일 0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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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장사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무연고 사망자 2549명…5년새 1.8배 증가
"공설 봉안당 공간 부족에 단축 요구 多"
현장선 "효율·시신 처리 관점 정책 필요"

정부가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이나 유골 안치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무연고 사망자 증가로 공설 봉안(奉安) 공간 부족이 예상되고 장례 이후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판단인데, 현장에선 연고자 기준을 확대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무연고 시신 등의 매장 또는 봉안 기간 단축 등을 담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개정안은 현재 10년인 무연고 시신 등의 매장이나 봉안 기간을 5년으로 줄이는 게 골자다.

무연고 사망자 증가가 주된 배경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2549명으로 2017년(2008명) 대비 27.5% 증가했다. 5년 전인 2014년(1379명)과 비교하면 1.8배 늘어난 숫자다.

이에 따라 화장 후 유골을 봉안하는 수요도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장사시설 설치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 등으로 공설봉안당 확충은 어려운 상태다. 게다가 10년 안에 연고자가 시신이나 유골을 찾아가거나 그 기간 고인을 보기 위해 봉안당을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에선 기간 단축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현장에서도 기간 단축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10년이란 기간이 일정한 기준으로 설정된 게 아닌 만큼 애도 기간 등에 대해선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무연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나 존엄한 생의 마감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제도 변화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와 함께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는 “단순히 무연고 사망자 시신 보관 기간만 줄인다는 건 효율과 처리 관점에서나 나올 수 있는 정책”이라며 “가족이 없는 북한이탈주민이나 무연고 사망자의 지인들에게도 충분한 애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복지부는 개정이유서에 ‘장기간 봉안에 따른 비용 부담 가중’을 이유로 들고 ‘무연고 시신 등의 매장·봉안에 대한 행정비용 절감’을 입법효과로 설명하고 있다.

박 이사는 “고독사 비율 등을 조사해 무연고 사망자 수 자체를 줄인다든지 사실혼 관계이거나 친구, 이웃 등이 시신을 인수할 수 있도록 연고자 기준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 고민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현행 장사법은 장례 권한을 배우자, 자녀, 부모 등 법적 연고자에게만 주고 있어 그 외 사람들은 장례 절차를 정하기 어렵다.

이런 지적에 복지부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 증가와 별개로 현재 운영 중인 공설봉안당 공간이 꽉 차 부족한 상태”라며 “법적 연고자 기준과 관련해서도 동거인이나 친구 등도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내년도 무연고 사망자 사업 내용을 확대하거나 법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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