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수형인 8人 “총으로 협박받고 옥살이…재판 다시 열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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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2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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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생존 수형인인 김두황 할아버지와 제주4·3도민연대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4·3수형생존자 2차 재심 청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항하고 있다. © News1
제주4·3 생존 수형인인 김두황 할아버지와 제주4·3도민연대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4·3수형생존자 2차 재심 청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항하고 있다. © News1
제주4·3 당시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돼 고문 당하고 전과자로 살아야 했던 생존수형인 8명이 재심 재판을 청구했다.

제주4·3도민연대는 22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4·3생존수형인 김두황(91), 김묘생(91), 김영숙(89), 김정추(88), 변연옥(90), 송순희(94), 송석진(93), 장병식(89) 등의 재심 재판을 청구했다.

이번 재심 청구는 지난 1월 불법 군사재판 재심 청구 결과 공소기각으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은 18명에 이어 두 번째로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이번 재심 청구에는 처음으로 일반재판으로 옥살이를 해야 했던 김두황 할아버지도 참여했다.

김 할아버지는 군사재판을 받았던 다른 생존수형인들과 달리 1948년 11월 경찰에 체포돼 1949년 4월11일 일반재판에서 내란죄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김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폭도에게 식량을 제공하기로 하고 좁쌀 등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에 따르면 그는 경찰에게 구타를 당하고 총으로 협박을 받는 등 고문을 받았다. 허위자백을 하지도 않았지만 재판에서는 변론 기회도 얻지 못했다. 이후 목포형무소에서 10개월간 형을 살고 1950년 2월 출소했다.

이날 김 할아버지는 재심 재판 청구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명예회복을 하고 70여 년간 쌓인 모든 응어리를 풀어주면 시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4·3도민연대는 “제주4·3사건 당시 재판으로 인한 희생은 군법회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며 “일반재판 과정에서도 고문과 불법 구금으로 이뤄진 자백을 바탕으로 유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존수형인들의 변호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최초의 4·3 일반재판 재심 청구와 관련해 “법리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일반재판은 군사재판과 달리 공소사실이 특정된 판결문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4·3도민연대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4·3 수형 생존자 2차 재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제주4·3도민연대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4·3 수형 생존자 2차 재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또 “재판에서는 검찰이 김 할아버지의 범죄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70년이 지나 증거도 거의 없을 것”이라며 “4·3 재심 청구에 있어 또다른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와 함께 재심을 청구하는 생존수형인 7명은 군사재판으로 형무소 생활을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4·3도민연대에서 확인한 생존수형인 가운데 마지막 재심 청구인이 될 전망이다.

청구인으로는 1949년 마을 인근 동굴에 숨어 살다가 잡혀 고문을 당한 김묘생 할머니, 1948년 가족들과 살던 집을 잃고 체포됐던 김영숙 할머니 등이 있다.

1948년 해녀모집 명단에 이름이 있다는 이유로 잡힌 김정추 할머니, 산에서 살다 내려와 전기고문까지 받고 복역 중 6·25전쟁으로 풀려난 변연옥 할머니, 딸을 업고 시어머니와 산에 피신했다가 토벌대에게 잡힌 송순희 할머니, 하굣길에 서북청년단에게 끌려간 장병식 할아버지 등도 재판에 참여한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송석진 할아버지는 “4·3의 기억 때문에 제주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앞서 1차 4·3생존수형인 불법 재판 재심 청구는 2017년 4월17일 18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돼 지난 1월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어 지난 8월21일 수형인들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국가 형사보상이 결정됐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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