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역사성 우선” “시민이 편하게 다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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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재구조화 관련 토론회… 신하-백성 위한 육조거리 계승부터
지하공간에 환승역 설치 주장까지… 市“소통중심 온라인 플랫폼 만들것”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원 광화문시민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시민, 전문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시스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원 광화문시민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시민, 전문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완전히 새로운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우리가 소통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생각, 일치하는 생각을 모아가야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광화문 앞 세종대로를 줄이고 역사광장, 시민광장 등을 새롭게 조성하는 사업이다. 3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시민, 전문가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전문가 절반은 서울시 계획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던 이들로 채워졌다. 서울시는 전면 보행화는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되 이를 지하도로 조성으로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역사, 교통, 소통 등 다양한 시각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역사성의 회복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조선에서 왕의 공간인 경복궁, 신하와 백성의 공간인 육조거리가 대등하게 구성됐고 육조거리는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광장으로서의 사회성을 확보하게 됐다”며 “오히려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있어 ‘역사의 현재화’라는 하나의 예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각한 교통문제를 정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역사성을 회복할 기회가 주어진 것”라고 덧붙였다.

김상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기획위원은 “미래 가치까지 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역사성이 주로 역사 조형물 복원으로 귀결되는데, 역사성을 조형물 복원과 등치시켜 봐도 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통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아무리 광장을 멋지게 꾸며도 교통대란이 일어나면 수포로 돌아간다”며 “패러다임을 광화문 대중교통시대로 바꿔야 한다. 지하공간을 살짝 뚫으면 5호선 광화문역과 3호선 경복궁역이 환승역이 된다. 1, 2호선 시청역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창동 주민 김종안 씨도 “내가 사는 곳에는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데, 최근 광화문 집회로 버스가 광화문으로 오지 못하고 뱅뱅 돌아서 온다”며 “시민이 편하게 다녀야 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행 구역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상철 기획위원은 “종로통이라 불리는 곳은 전면 보행화를 해야 한다”며 “광화문광장이라는 좁은 광장이 아니라 가급적 종로 세운상가까지 전체를 조망하면서 보행 중심의 중심가를 만들 구상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은 “적어도 사대문 내에 한해서 보행친화도시로서 어떻게 교통량을 축소해 나갈지 명시하고 그와 연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광장의 남북축을 끊고 동서축만 살려야 한다”며 “기능도 배분해 한곳은 이벤트 광장으로, 다른 곳은 휴식 광장으로 가면 좋겠다”며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찬석 청주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는 “‘국가중심공간’보다는 ‘나와 내 가족의 공간’으로 더 가까이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고 김은희 도시연대정책연구센터장은 “올해 안에 끝내기보다는 차근차근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기술적·전문적 검토, 용역수행 등에 참여한 분의 면면도 밝혀주면 좋겠다”며 “투명성 확보 이전에 그런 작업을 한 분들의 사고의 틀과 철학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토론회 내내 자리를 지켰다. 그는 토론회를 마친 뒤 “전문가와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에 교정도 있었고 감동과 영감도 있었다”며 “다른 많은 분의 얘기를 계속 듣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4회에 걸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토론회를 개최한다. 시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2차례 전문가 토론회를 먼저 열고 12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세종문화회관에서 시민 대토론회를 2차례 개최한다.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 인근 삼청 사직 청운효자 평창 부암동 등 5개 주민센터를 찾아 주민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민주주의서울, 광화문광장 홈페이지 등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소통에도 나선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광화문광장#재구조화 사업#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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