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허리질환에 완치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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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 치료, 이것만은 알아야]

이수찬 창원힘찬병원 대표 원장
이수찬 창원힘찬병원 대표 원장
등산을 즐기는 30대 여성 환자가 하산 길에 미끄러진 후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적이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보니 요추 4, 5번 사이 디스크가 우측 방향으로 탈출된 상태였다. 보존적 치료에 차도가 없어 현미경 디스크 제거술을 시행했다. 수술 결과가 좋았고 환자 역시 매우 만족했다. 하지만 6개월 뒤 환자가 “재발했다”며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수술 부위가 아닌 요추 5번과 천추 1번 우측 방향의 디스크였다. 다른 마디의 디스크를 ‘재발’로 오해했던 것이다. 수술 후 무리한 등산이 원인이었다.

“허리 수술을 해도 계속 재발돼 재수술을 해야 된다고 하던데, 꼭 수술해야 하나요?” 허리 수술에 대한 불안감과 의구심을 이렇게 표현하는 환자가 간혹 있다. 환자들 사이에는 ‘척추 수술=재발=재수술’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오해가 많은 편이다.

허리질환은 일과 운동 등으로 움직임이 많은 데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로 인해 가속도가 붙는다. 허리는 20대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리뼈 자체도 노화가 되지만 뼈 사이에 있는 물렁 연골(추간판)의 수분이 빠지면서 탄력을 잃게 되면 수핵이 밖으로 나와 신경관을 침범해 신경을 압박하는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가 주로 생긴다. 젊은층에서 무리한 활동으로 허리디스크가 생겼을 경우에는 충분히 쉬어주고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노화로 인해 척추관이 좁아지며 신경을 누르게 되는 척추관 협착증의 발생률이 점점 높아진다. 척추관 협착증은 퇴행성 변화가 오랫동안 진행되었기 때문에 쉬면 잠깐 괜찮아지지만 그때뿐이다.

고령사회에서 척추관 협착증은 까다로운 척추질환 중 하나다. 척추관 협착증이 심하면 디스크와 인대를 제거한 후 나사를 박아주는 나사고정술을 시행한다. 나사를 고정한 부분은 튼튼하지만 어르신들은 수술 부위의 위와 아래 척추 역시 이미 약해져 있기 때문에 또 협착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환자는 수술이 잘못돼 재발된 게 아니냐고 얘기한다. 수술한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재발이라고 표현하기는 곤란하다.

나이가 들면서 허리 근육도 약해지고, 약해진 뼈 탓에 허리 불안정성이 지속되기 때문에 어르신들에게 척추관 협착증은 숙명과도 같은 질환이다. 수술 후 다른 부위에 협착증이 생길 확률도 당연히 높다. 그렇다면 ‘재발’로 오인되는 또 다른 부위의 협착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허리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허리에 부담을 주는 무리한 활동이나 잘못된 자세를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퇴행성 허리질환에 완치는 없다는 생각으로 수술 후에도 꾸준히 허리를 아끼고, 관리해야 한다.

이수찬 창원힘찬병원 대표 원장
#관절염 치료#퇴행성 허리질환#허리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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