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빈곤층의 ‘시련의 계절’… 따뜻한 온정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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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탄은행 지역민 기부 저조… 지난해엔 목표액의 60% 모금 그쳐
16일 ‘사랑의 연탄나누기’ 선포식… 저소득층 겨울나기 나눔운동 나서

16일 전주연탄은행이 개최한 ‘2019∼2020 사랑의 연탄나누기’ 선포식에 참여한 정기후원자들과 전주 중앙여고 1학년 260여 명의 학생들이 100만 장 모금목표 달성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주연탄은행 제공
16일 전주연탄은행이 개최한 ‘2019∼2020 사랑의 연탄나누기’ 선포식에 참여한 정기후원자들과 전주 중앙여고 1학년 260여 명의 학생들이 100만 장 모금목표 달성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주연탄은행 제공
“겨울이 안 왔으면 좋겠어. 올겨울을 또 어떻게 버텨야 할지….”

전북 전주시 교동에 사는 A 씨(82)는 겨울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차가운 구들장을 데우기 위해서는 연탄이 필요하지만 한 장에 800원 하는 연탄값이 부담스러워서다. 자녀들이 여럿 있지만 모두 형편이 넉넉지 않아 손을 내밀 처지가 못 된다. 마을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받은 돈으로는 끼니를 먼저 챙겨야 하니 연탄을 살 여력이 없다.

지체장애인 B 씨(50)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정부에서 수급비를 받지만 겨울을 나기 위해 필요한 연탄을 구입하는 데 돈을 모두 쓸 수가 없다.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는 “겨울이 다가올수록 난방비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고 했다.

겨울을 앞두고 연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전북지역 에너지 빈곤층의 시름이 깊다. 17일 밥상공동체연탄은행과 연탄은행전국협의회에 따르면 올 5∼8월 현장 조사 결과 전북에서는 6465가구가 연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529가구가 기초생활수급 가구이고 2188가구는 홀몸 또는 한부모 가정이다. 차상위 계층도 1062가구에 달한다. 전체 연탄 사용 가구의 90%에 달하는 가구가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이다. 에너지 빈곤층은 월 소득의 10% 이상을 광열비(전기나 가스 외에 장작 숯 석탄 석유 성냥 건전지 프로판가스 등 연료와 관련한 비용)로 지출하는 계층을 말한다.

보통 방이 하나인 집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필요한 연탄의 양은 여섯 달 기준(10월∼이듬해 3월) 약 1200장이다. 방이 하나 더 있으면 2000장 넘게 필요하다. 연탄 한 장 값이 800원인 것을 감안하면 겨울을 나기 위해 적게는 96만 원에서 많게는 160만 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정부 지원 생계비에 의존해 사는 에너지 빈곤층은 주변 도움 없이는 겨울을 날 수 없는 처지다. 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외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전주연탄은행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 전주연탄은행에 대한 지역민의 기부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연탄은행은 지난해 연탄 100만 장 지원을 목표로 모금운동을 벌였지만 60%를 모금하는 데 그쳤다.

전주연탄은행은 16일 ‘2019∼2020 사랑의 연탄나누기’ 선포식을 개최하고 저소득 계층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나눔운동에 나섰다. 이날 선포식에는 정기후원자 20여 명과 전주 중앙여고 1학년 학생 260여 명이 참여해 에너지 빈곤층 가정에 연탄을 나르며 온정을 전했다.

올해 전주연탄은행의 모금 목표는 지난해와 같은 100만 장이다. 행사에 참여한 중앙여고 학생들과 시민들은 “겨울에 추위에 떠는 이웃들이 없도록 올해 모금 목표치를 꼭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윤국춘 전주연탄은행 대표는 “연탄 한 장의 무게가 3.65kg이고 사람의 체온은 36.5도”라며 “내 체온을 에너지 빈곤층 가구에 전달하면 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 연탄 나눔에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주연탄은행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전주연탄은행#사랑의 연탄나누기#연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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