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빨리, 대출은 거북이 인하…이자 마진 챙기는 시중은행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7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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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가뜩이나 쥐꼬리 같은 시중은행의 예·적금 상품 이자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은이 올해 두 차례(7월,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도 전에 시중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미리 내려버리고 대출금리는 나중에 천천히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기준금리가 변동될 때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시차를 두고 조정해 이자마진을 챙기는 은행들의 행태가 아직도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낮은 예금 이자에 허덕이는 동안 국내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만 20조 원의 이자이익을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

●예금금리는 빨리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거북이 인하

한은이 7월 금리를 낮추기 전인 올 상반기부터 국내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이미 슬금슬금 낮아지고 있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은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치자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0.1~0.2%포인트씩 낮춘 것이다.

은행들은 “당시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대출금리가 떨어져 예금금리도 선제적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예금금리가 대출금리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내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은 통계를 보면 시중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말 3.61%에서 올해 5월 3.49%로 0.12%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지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17%에서 1.97%로 0.20%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에 은행의 평균 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금리의 차이를 뜻하는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도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기 전인 지난해 12월 1.67%에서 1.76%로 0.09%포인트 더 벌어졌다. 금리 조정기를 틈타 은행들이 더 많은 이자수익을 챙겨갔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이자이익은 2015년 33조5000억 원에서 2018년 40조5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재빨리 많이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서서히 조금만 낮추는 식의 ‘얌체행태’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한은의 예금은행 금리 통계에 따르면 2014년 1월¤2016년 1월 기준금리가 2.5%에서 1.5%로 1%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76%에서 1.72%로 1.04%포인트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는 4.15%에서 3.28%로 0.87%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1% 안팎 초저금리 예금 현실화

은행들은 이런 지적에 대해 금리 결정 메커니즘이 유형별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예금금리는 각 은행이 기준금리·채권금리, 경쟁은행 금리, 당해연도 경영전략 등 다양한 변수를 모두 고려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반면, 대출금리는 금융채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지수 등 시장금리에 거의 기계적으로 연동된다. 그런데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꼭 기준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데다 코픽스도 한달에 한 번만 공시되기 때문에 기준금리와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은행들이 대출금리 대신에 자의적으로 손 댈 여지가 큰 예금금리를 활용해 이자장사를 한다”고 지적한다. 예금금리를 유리할 때는 빨리, 불리할 때는 늦게 조절한다는 것이다.

당장 시중은행들은 16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금금리 인하 검토에 돌입했다. 현재 신한, 우리, 하나은행은 각각 연 1.27%, 국민은행 1.23%의 이자(세후)를 제공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되면 가뜩이나 낮은 예금금리는 1% 안팎으로 주저앉게 될 공산이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간의 수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면 예금금리를 높게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며 “이르면 다음주부터 은행들이 속속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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