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협박글’ 30대, 2심서 무죄…“위법한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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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7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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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위법으로 압수수색 전체를 위법하게 해"
1심, 이씨에게 징역1년6개월 선고 후 법정구속

2015년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딸을 성폭행하겠다는 등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4부(부장판사 김행순)는 17일 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모(37)씨에게 1심의 실형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이날 보석상태로 법정에 섰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이 이씨를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 위법성이 있어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에서 2015년 7월13일 발부한 영장은 압수 대상과 방법을 별지로 제한했다”며 “그런데 경찰은 압수수색 개시와 절차를 위반해 범죄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탐색해 복사했다. 또 압수한 노트북 반환 기간도 지정된 기간을 넘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에서 이루어진 탐색, 출력 때와 이어진 압수수색 과정에서 집행 일시를 통지하지 않는 등 이씨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이는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아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압수수색 후 압수목록을 작성해 이씨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아 형사소송법 영장주의를 위반했다고도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는 이러한 절차 위반으로 압수수색 관련 절차적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내밀한 영역에 해당하는 사생활 보호와 자유가 침해됐다. 압수수색 절차 위법의 정도는 이 사건 압수수색 전체를 위법하게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압수수색으로 수집한 증거는 모두 위법 수집증거로 규정하고,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이러한 증거들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이씨의 협박 게시물 작성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5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소재 자택에서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둘째 딸 나타샤를 성폭행하겠다는 글 등을 올려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또 몇 시간 후 다시 백악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테러 선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혐의도 받았다.

2016년 11월 1심은 이씨에게 징역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심은 이씨가 협박글을 올렸지만 피해자들에게 전달됐는지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협박이 아닌 협박 미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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