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타고 백두산 오른 김정은…비핵화 중대 결정 임박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6일 2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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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서 백마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16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중요 결정을 앞두고 주로 백두산을 찾는데 이번엔 ‘최고 권위의 상징’인 백마까지 등장했다는 점에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중대 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문은 이날 “김정은 동지가 백두의 첫눈을 맞으며 백마를 타고 백두산정에 오르셨다”며 “혁명사에서 진폭이 큰 의의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김 위원장과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현송원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삼지연관현악단장이 길게 열을 이뤄 백두산에서 함께 말을 타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삼지연 건설 현장을 찾아선 “나라 형편이 적대세력의 집요한 제재 압살 책동으로 어렵다”며 “미국 등 반공화국 적대세력이 강요해온 고통은 이제 고통이 아니라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힘으로 우리의 앞길을 헤치고 계속 잘 살아나가야 한다”고 했다. 제재에 대한 고통을 넘어 분노까지 드러내면서 자력갱생을 재차 강조한 것.

그러면서도 신문은 “우리 혁명이 한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연내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한 추가 도발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북한은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국과의 실무협상 결렬 후 재협상 1차 시한인 ‘2주 내’가 다 돼 가지만 대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질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김일성, 김정일 때 우상화를 강조하기 위해 등장했던 ‘백마 타기’에 직접 나선 게 제재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고 우상화를 강조하며 본격적인 버티기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시간이 흐를수록 적어지는 만큼 내년 신년사를 대비해 여러 ‘플랜 B’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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