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의 평양 남북대결…벤투호, 초유의 무관중 속 값진 승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15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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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1990년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에 성사된 평양 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한국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원정 3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적지에서 승점 1을 챙긴 대표팀은 2승1무(승점 4)로 조 선두를 지켰다. 북한과 승점 동률을 이뤘으나 골 득실(한국 +10, 북한 +3)에서 앞섰다. 역대 상대전적은 7승9무1패.

미디어·원정 팬·TV생중계를 전부 거부한 북한의 몽니로 국내 취재진은 현장의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과 연결된 대한축구협회 임시 채널에 소식을 의존한 가운데,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하게 전개됐다.

전날(14일)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한 오른쪽 풀백 이용(전북 현대)이 무릎에 불편함을 느껴 중앙수비수 이재익(알 라이얀)과 함께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대표팀은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를 전방에 세운 4-3-3 포메이션으로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한 전반 중반 양 팀 충돌이 있었고, 북한 리영직이 경고를 받았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을 투입하며 맞이한 후반에도 충돌이 계속돼 무더기 경고가 나왔다. 리은철(북한), 김영권(감바 오사카)·김민재(베이징 궈안)가 옐로카드를 받았다.

대등한 흐름 속에 한국은 후반 20분 권창훈(프라이부르크), 34분 김신욱(상하이 선화)을 차례로 투입시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소득이 없었다. 탄탄한 수비조직의 북한을 끝내 뚫지 못했다.

닷새 전(10일) 스리랑카와 홈 2차전에서 8-0 쾌승을 거둔 뒤 “북한 원정이 두려운 선수는 데려가지 않겠다”고 제자들을 독려한 벤투 감독은 평양에서도 “승점 3에 집중 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웠지만 연승에 실패했다.

여러 모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김일성경기장은 인조잔디로 조성됐는데 정확한 현지 정보 없이 결전을 대비했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도 인조 필드가 있으나 대표팀은 마무리 훈련까지 천연 피치에서 소화한 뒤 원정을 떠났다.

그런데 뜻밖의 변수도 발생했다. 앞선 팀 미팅에서 북한은 4만 관중(공식수용 5만명)을 예상했지만 당일에는 관중이 없었다. 현지 대사관 임·직원으로 보인 외국인들만 보일 뿐, 외신도 없었다. 예상 밖 무관중 경기는 태극기와 애국가를 부담스러워한 북한의 선택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편 이날 남북전은 전세기로 평양을 찾은 국제축구연맹(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이 정몽규 회장, 최영일·김판곤 부회장 등 협회 임원들과 함께 관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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