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계 1위 오른 달빛조각사, 이후가 더 중요하다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0월 15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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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과 거장의 만남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던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의 야심작 달빛조각사가 출시 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드디어, 리니지M에 이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2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사실상 인간계 1위에 올라선 것이다.

사전예약 320만명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출시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게임이긴 하지만, 불변의 1위 리니지M과 일본해 논란까지 이겨낸 라이즈오브킹덤즈, 그리고 돌풍을 일으킨 에오스 레드 등 강자들이 즐비한 현재의 상황에서 2위에 오른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달빛조각사의 성공에 많은 것이 달려 있었던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의 입장에서는 꼭 필요했던 성과다.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달빛조각사가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보다 원작의 힘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 누적 페이지뷰 500만이라는 막강한 팬층 때문만이 아니라, 가상의 게임을 기반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원작의 색다른 컨셉이 달빛조각사가 다른 MMORPG와 차별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줬다.

현재 모바일MMORPG는 최대한 빠르게 성장을 해서 다른 이들과 대규모 전쟁을 즐기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달빛조각사는 위드의 성장기를 다룬 원작처럼 이용자들의 성장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다양한 퀘스트를 통해 레벨업을 하고 더 좋은 장비를 획득해 착용하는 것은 어느 모바일MMORPG나 마찬가지이지만, 달빛조각사는 원작에서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퀘스트를 즐기는 방법을 달리 가져갔다. 자동전투 위주인 요즘 모바일MMORPG들은 클릭만 하면 알아서 이동하고 퀘스트를 받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지만, 달빛조각사는 원작 위드의 모험을 간접체험하는 메인 스토리 외에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각기 다른 모험을 하게 된다.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모두가 똑 같은 퀘스트 동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곳을 다니고, 어떤 행동을 우선적으로 했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퀘스트가 눈 앞에 나타나며, 특히 히든 퀘스트라고 해서 아예 획득조건이 숨겨져 있는 퀘스트들도 있기 때문에, 퀘스트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모험을 찾아다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원작에서 위드가 남들과 달리 한달동안 허수아비만 쳤기 때문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플레이 과정에 따라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모험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물론, 원작처럼 숨겨진 퀘스트를 해결했다고 해서 밸런스가 붕괴될 정도로 막대한 보상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다만, 이 과정이 편한 것은 아니다. 요즘 게임들은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모든 것을 제공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이 게임은 이용자 스스로에게 퀘스트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전투, 자동 이동을 지원하기는 하나, 특정 퀘스트는 정보를 수집해서 그 위치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만들고 있으며, 운이 나쁘면 몬스터가 나타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캐릭터 능력치도 직업에 따라 자동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원하는 능력치에 직접 투자하는 형태이다보니,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능력치 배분을 하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요즘 모바일MMORPG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불편함만 가득한 게임일 수도 있다.

예전 리니지 시절 초창기 MMORPG를 떠올려보면 정해진 퀘스트 동선이 없다보니, 특별한 퀘스트 없이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모험을 만들어가는 측면이 강했다. 달빛조각사 역시 퀘스트라는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결국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자신만의 모험을 즐기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것이 송재경 대표가 강조하던 초창기 온라인MMORPG 시절의 레트로 감성이고, 넓은 로열로드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원작의 재미를 충실히 재현하기 위한 엑스엘게임즈의 선택인 것 같다. 달빛조각사를 즐기는 이들이 자주 말하는 아기자기한 그래픽의 리니지라는 표현이 딱히 틀린 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아직은 전사, 궁수, 마법사, 성기사, 무직(조각사)로 직업이 한정적이고, 지역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원작만큼 다양한 모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향후 네크로맨서, 권사 등 원작에 등장했던 다양한 직업군들과 에피소드들이 업데이트를 통해 늘어난다면, 훨씬 더 다양한 모험의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엑스엘게임즈의 발표에 따르면 원작 소설 총 58권 중에 고작 2권 분량만 반영된 상태다.

모든 것을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달빛조각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도 인상적이다. 원작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조각상도 전시를 통한 버프 효과로 중요한 수집 콘텐츠로 등장했으며, 조각상 외에도 장비 제작, 채집, 요리, 낚시, 그리고 집 꾸미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달빛조각사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모로 친절하지 않은 게임이다보니, 제작 이전에 재료 습득 단계부터 상당히 번거로움을 감수하도록 만들어져 있지만, 번거로운 만큼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남들보다 우월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약간의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원작팬은 물론 과거 초창기 MMORPG 감성을 충실히 재현하는데 노력한 달빛조각사는 출시된지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만에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며 기대에 걸맞는 게임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성공의 기쁨에 취해서 있을 상황은 아니다. 앞으로 V4, 리니지2M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들이 출격을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독특한 게임성으로 뒤에 등장할 경쟁작들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상위권에서 꾸준히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명성에 걸맞는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 현재 달빛조각사의 모습을 보면 기대 이상으로 많은 인원이 몰렸기 때문인지 각종 버그와 서버 불안 현상으로 매일 점검이 이어지고 있으며, 레벨이 오를수록 콘텐츠의 부족함과 캐릭터 밸런스 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쟁작들과 다른 자신만의 강점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남은 시간 동안 기본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려서, 달빛조각사에 매력을 느낀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kn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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