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받은 ‘빈곤퇴치 연구 방법론’이란 어떤 것?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15일 1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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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3명의 빈곤 퇴치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여성으로선 두 번째이자 남녀 통틀어 최연소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매사추세츠주공과대학(MIT) 에스테르 뒤플로(46) 교수, 그의 공동 지도교수였다가 후에 남편이 된 아비지히트 배너지(58) 교수, 그리고 마이클 크레이머(55) 하버드대 교수가 주인공이었다. 부부가 공동으로 같은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이들 3명이 “전 세계적인 빈곤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연구 방법을 제시했다”고 그 성과를 설명했다.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9세에 최연소 종신 교수가 된 뒤플로의 경우 지난 2003년 MIT에 빈곤 행동 연구소(Poverty Action Lab)을 공동으로 설립하고 빈곤과 개발 정책 등에 대한 연구에 골몰해 왔다. ‘빈곤경제학’(Poor Economics)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들이 공로를 인정받은 건 바로 그동안 거시 경제학적으로 개발 경제학(Development Economics)이 발전해 왔다면 이들은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실험을 하는 방법론을 택했단 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방식은 ‘개발원조가 개도국의 거시경제지표에 미치는 영향 분석’ 같은 류였다고 보면 된다.

그와는 달리 이들은 무작위대조군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무작위 방법론)을 택했다. 무작위로 통제 실험을 하고 그에 입각한 데이터 기반의 연구 결과를 빈곤 퇴치와 같은 사회 문제에 적용한다는 것인데, 이는 뒤플로 교수의 TED 연설(https://www.youtube.com/watch?v=0zvrGiPkVcs&feature=youtu.be)에도 잘 소개돼 있다.

연설에 따르면 서구 사회는 오랫동안 대외원조로 수많은 돈을 썼다. 하지만 여전히 수백만명의 빈곤국, 특히 아프리카 아이들이 비싸지도 않은 말라리아 예방약(백신)과 모기장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다. 그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프리카의 경우 원조로 인해 빈곤 문제는 좋아졌는지,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했는지 데이터를 확인해 보면 별로 그렇지가 못 했다.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부패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따라서 뒤플로 교수는 여러가지 가정을 설정하고 실험을 하는 방법론(Casual Inference and Counterfactuals)을 빈곤문제 퇴치 연구에 썼다고 설명한다.

뒤플로 교수 등은 1990년대 케냐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이들은 마을을 돌면서 모기장을 받을 수 있는 쿠폰(Voucher)을 나눠줘 봤다.

쿠폰을 가져간 사람 가운데엔 약국에 들러 무료로 모기장을 가져간 사람도 있고 부분 할인을 받아 가져간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모기장을 돈을 주고 사야하는 경우엔? 모기장 구매율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어떤 경로로든 모기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걸 사용하게 된다는 걸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또 모기장을 무료로 받은 뒤 1년 후 싼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해주면 다시 모기장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모기장을 무상원조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모기장 사용에 익숙해지게 해서 비싸지 않은 가격에 모기장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빈곤을 퇴치하는 정책도 짜야 한다는 것이 뒤플로 교수 등의 주장이다.

뒤플로 교수는 “빈곤은 우리의 문화와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제대로 어떻게 해야할지 알아내기도 어려우며 만병통치약도 없다”면서 “의료와 교육 같은 세분화된 분야에서부터 시작한다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뒤플로 교수 등의 연구는 빈곤국 연구에 있어 최대의 난점인 자료의 부족을 실험적 방법론을 도입해 실증 분석을 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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