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표창장, 동양대 총장이 발급”…崔총장 주장과 정반대 진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8일 2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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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발급해 준 것이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조국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검사가 딸의 표창장이 위조된 과정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며 신문하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정 교수의 진술 내용은 피의자 신문조서에도 그대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의 진술은 “내가 표창장이 나가도록 결재해준 적이 없다”는 최 총장의 주장과는 정반대된다. 정 교수가 조 장관에게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 차명 휴대전화로 “표창장이 위조된 게 맞다. 조교가 한 것 같다”고 말했다는 정 교수 자산관리인의 검찰 진술과도 배치된다.

검찰은 과학적인 수사 결과와는 180도 다른 정 교수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표창장 위조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 교수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 “조교가 위조한 것 같다”→“최 총장이 발급한 것”

조 장관 가족은 표창장 위조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최근까지 해명이 조금씩 달라졌다. 지난 달 4일 최 총장이 “조 장관 딸에게 표창장을 발급해준 적이 없다”고 밝히자 후보자 신분이던 조 장관은 출근길에 “(위조 여부를)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조 장관은 또 “아이가 동양대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영어 가르치는 걸 실제로 했다”고 했다. 표창장이 위조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하루 뒤 최 총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 교수가 내게 ‘표창장 발급 권한을 위임했다고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달 6일.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 씨는 정 교수가 국회 앞 호텔에서 남편에게 차명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표창장은 위조된 것이 맞다. 조교가 나 몰래 한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인사청문회에선 “일련번호가 총장 명의의 표창장과 다르다”며 원본 공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야당의 주장에 “정치적 공방의 상황에서 딸 아이의 방어권이 있다. 딸에게 공개를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맞섰다. 조 장관은 표창장을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위해 가져갔다”는 말도 했다. 조 장관 측은 이후 검찰의 표창장 원본 제출 요구에 “찾을 수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대신 표창장을 찍은 컬러사진만 제출했다.

● “최 총장의 진술신빙성 공략하려는 전략”

조 장관의 딸은 어머니가 첫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인 4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봉사활동을 하고 나서 받은 (표창장을) 학교에 제출했다. 위조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최 총장이 발급한 것”이라는 정 교수의 검찰 진술도 외형상으로 보면 표창장을 학교에서 받았다는 딸의 인터뷰 내용과 비슷한 맥락이다.

반면 표창장 발급권한을 갖고 있는 최 총장의 입장은 의혹이 처음 제기된 이후 바뀌지 않았다. 자신이 발급해준 것이 아니고, 권한 역시 위임해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조 씨가 받은 표창장의 일련번호 역시 총장 명의로 발급되는 표창장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지난달 초 “조 씨를 생각하고 정 교수를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까 하다가 진실은 진실”이라며 “진실을 보고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이 교육자일까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또 “총장 명의로 표창장을 준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특수부 경험이 풍부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고령에다가 언론 인터뷰에서 조금씩 말이 바뀐 최 총장의 허점을 법정에서 공략하려는 변호 전략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 교수의 방어전략이 성공하려면 검찰이 갖고 있는 객관적인 위조 증거를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정 교수의 딸은 2013년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때 동양대 총장 표창장 사본을 제출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 PC 하드디스크를 분석해 표창장 파일을 찾아냈고, 단계별 위조과정을 모두 복원해냈다. 검찰 관계자는 “표창장이 위조된 시점과 방법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분석을 근거로 검찰은 지난달 6일 정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조사없이 기소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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