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고위급 협상 앞두고…트럼프 “빅딜 훨씬 선호” 中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8일 15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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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사흘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나는 빅딜(big deal)을 훨씬 선호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산업통상 정책을 제외한 ‘스몰딜’ 가능성을 거부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진행한 미·일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중국과 부분적인 무역합의를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가 전혀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합의와 관련해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표단이 목요일(10일)과 금요일(11일) 우리를 보기 위해 온다”며 미중 고위급 협상 개최 일정도 공개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10일부터 시작되는 무역협상을 위해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대표단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논의 주제는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서비스, 비관세장벽, 농업, 이행문제 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첨단 산업 보조금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절취, 합의 이행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산업통상 정책에 대한 개혁을 배제한 ‘스몰 딜’을 제안할 것이라는 보도한 바 있다.

고위급 협상에 앞서 이날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차관급 협상도 시작됐다. 랴오민(廖岷)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차관)이 이끄는 약 30명의 중국 실무협상단이 이날 워싱턴의 미 무역대표부(USTR) 청사를 방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 측에서는 제프리 게리시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실무협상 대표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까다로운 구조개혁 이슈를 피해가는 ‘스몰딜’을 원하는 중국과 포괄적 합의인 ‘빅딜’을 원하는 미국과의 간극이 여전해 2개월 여 만에 재개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도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고위급 협상을 앞두고 관세 외에도 정치, 경제적 수단을 동원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인도적인 해법을 찾기를 희망한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협상에 매우 나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감시카메라 회사인 하이크비전과 다회기술 등 28개 중국 기관 및 기업을 미국과의 수출 거래 제한 기업 목록인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이 목록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공안국과 산하 정부기관 19곳 등도 포함됐다. 9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중국 내 무슬림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에 대한 대책이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도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압박 카드로 거론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 뉴스에 출연해 “(중국 관련) 투자 문제를 점검할 연구그룹을 만들었다.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다양한 법률 준수 여부를 보고 있다”며 투자 제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미국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 등의 중국 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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