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없인 ‘세계의 경찰’ 거부…美 ‘시리아 철군론’ 재점화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8일 1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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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를 결정하면서 그 파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시리아 북동부는 쿠르드족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의 주요 거점인 만큼 미군의 이 지역 철수는 쿠르드족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터키에 사실상 ‘침공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쿠르드족 YPG는 그동안 미국을 도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작전에 앞장서왔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권으로부터도 여야 할 것 없이 “대통령이 동맹을 배신했다”는 등의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말에도 느닷없는 ‘시리아 철군’ 결정으로 홍역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작년 12월에도 “우리(미국)가 IS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우린 더 이상 거기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느닷없이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군’을 결정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브렛 맥거크 국무부 ‘IS 격퇴 담당’ 특사의 항의성 사퇴에 이어 집권 공화당 내에서도 철군 반대 여론이 들끓자 결국 시리아 주둔 미군의 전면 철수가 아니라 단계적 감축과 평화유지 병력의 잔류 형태로 방향을 틀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국무부·국방부의 지원 아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이 같은 ‘수습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볼턴마저 백악관을 떠나면서 “아무도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결정’을 막으려 하지 않는다”는 게 WP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은 작년 말과 이번 모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 직후 이뤄졌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6일 트럼프-에르도안 대통령 간 전화통화 뒤 발표한 성명에서 “터키가 오랜 기간 준비한 시리아 북부 공습에 곧 나설 예정”이라면서 “미군은 이 작전과 관련해 지원하지도 개입하지도 않고, 더 이상 인접 지역에 머무르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리아 북동부 터키 접경지대에 주둔 중이던 미군도 철수하기 시작했다.

터키 정부는 “YPG가 터키 내 분리주의 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연계단체”라며 YPG 또한 격퇴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트럼프, 에르도안과 통화 뒤 “이익 되는 곳에서 싸운다”

트럼프 대통령도 7일 트위터를 통해 “이제 이 말도 안 되는 끝없는 전쟁(Endless War)에서 벗어나 우리 병사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며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히 그는 “우린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곳, 오직 승리할 수 있는 곳에서만 싸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이 각국의 분쟁 지역에 군대를 파견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해온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미군의 이 같은 임무 수행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관련 당사국들로부터도 정당한 대우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시리아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추진하고, 한국 등을 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온 것도 이 같은 인식과 맞닿아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약속을 지킨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시리아 철군론’에 재차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동맹국들로부터의 신뢰 저하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정보국(CIA) 국가비밀정보국(NCS) 출신의 존 사이퍼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에선 우리 동맹·우방국들에 ‘엿을 먹인다’는 일관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당신이 미국을 대신해 피를 흘렸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믿어선 안 된다”며 “호의를 바란다면 ‘트럼프 타워’를 지어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터키 이스탄불엔 2010년 세워진 트럼프 타워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터키가 도를 넘은 것으로 간주된다면 터키 경제를 완전하게 파괴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긴 했지만 터키의 쿠르드족 공습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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