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최대 피해자는 홍콩 거주 중국인들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8일 1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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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중국인 은행원 - 유튜브 갈무리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중국인 은행원 - 유튜브 갈무리
홍콩 거주 중국인들이 홍콩 시위대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 자식들에게 만다린(북경어)을 쓰지 말고 영어를 쓰라고 말하는 등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홍콩인들은 캔토니스(광동어)를 쓰기 때문에 중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중국인들과 구별된다. 중국인들은 만다린을 쓰지만 홍콩인들은 현지 방언인 캔토니스를 쓴다.

만다린과 캔토니스는 문법이 약간 다를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 중국인이 캔토니스를 배우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최근 홍콩에서 만다린을 쓰면 시위대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올해 35세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여성은 “중국땅인 홍콩에서 만다린을 마음대로 못쓴다니…이게 말이 되는냐”고 반문했다.

그는 얼마 전 친구와 만다린으로 대화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홍콩 사람들이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야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익명으로 처리를 해 달라고 특별히 부탁했다고 SCMP는 전했다.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홍콩 거주 중국인들의 공포는 지난 6일 극에 달했다. 지난 5일 홍콩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시행하자 홍콩의 시위대가 중국 관련 기업들의 매장에 난입해 시설을 마구 파괴했기 때문이다.

완차이에 있는 중국은행이 완전히 파괴됐고, 프린스 에드워드 역 인근의 중국건설은행도 크게 파손됐다. 이뿐 아니라 몽콕에 있는 샤오미의 매장도 박살났다.

이뿐 아니라 홍콩 시위대는 중국인들 폭행하기도 한다. 한 중국인 은행원이 지난 4일 중국은행 본점 건물 앞에서 홍콩 시위대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그가 사무실에 들어가기 위해 은행 건물에 다가서자 시위대는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그에게 야유를 보냈다. 그가 “우리는 모두 중국인”이라고 말하자 시위대 중 한 명이 갑자기 달려들어 그의 얼굴을 마구 때렸다. 이 과정에서 그의 안경이 날아갔다.

이에 따라 홍콩 거주 중국인들은 만다린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홍콩에는 150만 명의 중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1997년 반환 이후 중국인들이 꾸준히 이주해와 현재는 약 15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수에 불과하다. 홍콩의 전체 인구는 약 740만 명이다.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모씨는 학생들이 자신을 ‘대륙의 주구’라고 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변에 위협을 느껴 모든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인들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의 주거 환경이 더욱 나빠지는 등 중국인들 때문에 불행하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반송환법 시위가 격화되자 대륙에서 온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 시위는 정치적 동기에서 시작됐으나 이제는 중국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당수 홍콩인들이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홍콩 중문대학이 최근 조사한 것에 따르면 약 40%의 홍콩인들이 스스로를 중국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에서 살다가 아이를 갖자 아이에게 중국어 등 중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홍콩으로 이주한 모씨는 “중국어를 배우게 하기 위해 홍콩에 왔는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영어를 써야 한다. 이게 무슨 블랙코미디냐”고 말했다고 SCMP는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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