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집회에 대해 “국론 분열이라 생각지 않아”…메시지 핵심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7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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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나온 문재인 대통령 메시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서초동과 광화문을 향해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하게 들었다”며 이제 그만 거리로 나오라는 것. 그리고 국회와 법무부, 검찰을 향해 “검찰 개혁을 서둘러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이후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나온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조국 카오스’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文, 집회에 대해 “국론 분열이라 생각지 않아”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서초동, 광화문 집회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조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직접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자체 검찰 개혁을 지시한 이후 줄곧 ‘조국 사태’에 침묵해왔다.

문 대통령은 “최근 표출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장관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극심한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분열이 아니라고 규정한 것이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접 목소리를 내 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많은 국민께서 의견을 표현하셨고, 온 사회가 경청하는 시간도 가진 만큼 이제 문제를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사실상 서초동과 광화문 양측을 향해 ‘그만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진영의 극한 대립이 낳는 국가적 피로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문 대통령도 알고 있다는 의미다.

○ 文, 조국 언급 없이 “국민 뜻은 검찰 개혁”

문 대통령은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집회는 조 장관의 퇴진을 외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거리로 쏟아져 나온 민심에서 검찰 개혁의 목소리를 주로 읽어냈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서는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법무부와 검찰을 향해서는 “개혁에 속도를 내 달라”고 주문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약 1600자 분량의 이날 메시지에서 조 장관을 직접적으로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문제를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한 게 그나마 조 장관을 간접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조 장관의 사퇴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 장관의 거취에 대해)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말했다.

○ 여권에서도 “분열 장기화는 부담” 우려

지난달 30일 이후 문 대통령의 첫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두 달 가까이 조 장관의 거취를 두고 대한민국이 집단적 마비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여당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에서도 산적한 국정과 민생 전반을 함께 살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장관 거취를 둘러싼 찬반 논란 속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무산, 한일 갈등 장기화, 경기지표 침체 등 현안들은 국정 중심에서 한참 밀려난 상황이다. 특히 국정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정치적 결단을 미루면서 국정 마비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온 나라가 ‘조국 카오스’에 휘말리는 건 청와대에도 부담”이라며 “법적 절차를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어떻게든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도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대통령이 자신의 정파성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이 스스로 이를 멀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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